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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KTX 표 검사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0 16:52

수정 2018.01.10 16:52

미국에서는 좌회전과 U턴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없으면 어디서나 좌회전.U턴을 할 수 있다. 한국은 그 반대다. 좌회전.U턴을 해도 된다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좌회전이나 U턴을 하려면 도로 바닥에 좌회전.U턴 표시가 그려진 곳까지 찾아가야 한다. 두 나라의 규제정책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카풀 1위 업체 우버는 2015년 한국에 진출했으나 얼마 안가 철수했다.
운송업계의 반발과 관료집단의 벽에 가로막혔다. 목적지와 탑승시간을 입력하면 경로가 같은 승객을 모아 운행하는 콜버스 애플리케이션(앱)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근에는 국산 카풀 앱 '풀러스'가 서비스 제공시간을 출퇴근 시간에서 24시간으로 확대하자 서울시가 경찰에 고발했다.

미국에서는 신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 원인은 규제체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규제체계는 '원칙 금지, 예외 허용'으로 돼 있다. 법에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모든 것은 일단 금지된다. 이를 포지티브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금지된 사업은 당국이 허가를 해줘야만 가능하다. 그 결과 관료집단이 비대해지고 두꺼운 규제의 벽이 생겼다. 각종 신산업들이 지금 이런 규제의 벽에 갇혀 태동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규제체계는 우리와 다르다. '원칙 허용, 예외 금지'로 돼 있다. 네거티브 시스템이다. 법에 특별히 금지한다는 규정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대신 사후에 불법이 발견되면 엄하게 처벌한다. 미국은 국민이 법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반면 한국은 국민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이민화 KAIST 교수가 9일 국회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규제정책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KTX 표검사를 예로 들었다. 옛날에는 검표원이 기차표를 일일이 검사했다.
"하지만 지금은 표검사를 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지 않으냐"며 대대적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왜 KTX 표검사와 같은 발상의 전환을 못하는 걸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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