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시무식서 연설 늘어놓는 대표님 vs. 연초부터 사춘기 빠진 직장인.. '갑과 을의 동상이몽'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1 09:06

수정 2018.01.11 16:08

/사진=잡코리아
/사진=잡코리아

#1. 중소기업인 A기업의 대표 김모씨(56)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시무식을 열어 연단에 섰다. 신년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회사 분위기가 안 좋아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메일로 전송할까도 고민했지만, 이럴수록 대표의 에너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신년사를 낭독했다. 김씨는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과 매출구조 개선으로 '수익창출'을 이뤄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발표하며 뿌듯하게 연단을 내려왔다.

#2. A기업의 3년차 직원 이모씨(32)는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들으며 '이직 고민'이 더 깊어졌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서 소위 '커리어 사춘기'를 느끼고 있는 것. 경력을 쌓기 위해 중소기업에 들어왔지만, 지난해부터 회사 매출이 줄어들면서 고민이 늘어났다.
더욱이 신년사에서 대표가 "회사가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며 "이럴 때 일수록 분골쇄신해 '수익창출'을 이뤄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그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새해엔 '갑과 을의 동상이몽'이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기업과 CEO들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수익창출'을 외쳤지만, 직장인들은 이직과 승진을 걱정하는 '커리어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11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직장인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기업의 58.6%가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 발표는 ‘시무식 자리에서 구두로’ 발표된 경우가 60.4%로 집계됐다. 이는 곧, 직장 10곳 중 6곳 이상에서 시무식을 진행했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홈페이지 게시(14.5%) △전체 임직원에게 메일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각 11.0%)는 응답비율이 적었다.

경영진이 신년사에서 가장 강조한 항목은 ‘수익창출’(24.9%)이었다. 이어 △고객중심(16.6%) △어려운 경제환경(12.6%) △매출구조개선과 △신규일자리창출(각 8.0%)이 뒤를 이었다.

반면, 재직자들의 신년목표는 무엇일까. 신년목표 1위는 ‘연봉인상’(31.4%)이 차지했다. 다음으로 △업무목표달성(24.6%) △이직(16.7) △ 칼퇴근(16.4%) △ 승진(7.9%) 순이었다.

한편 직장인 93%는 이직·승진 등을 고민하는 ‘커리어 사춘기’ 시기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커리어 사춘기를 겪은 이유는 ‘낮은 연봉’과 ‘반복되는 업무’ 등이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커리어 사춘기를 겪은 시기는 근무 3년차(34.6%), 근무 1년차(22.9%), 근무 2년차(18.7%) 순이었다. 특히 커리어 사춘기를 겪었다는 답변은 근무 1년차~근무 3년차에 집중됐다.

커리어 사춘기가 찾아 온 이유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너무 낮은 연봉(연봉 인상률이 낮아서)’이 49.8%의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다.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서’라는 답변은 35.3%로 2위에 올랐고 다음으로 ‘너무 많은 업무량(27.0%)’, ‘고용 불안정성(25.1%)’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커리어 사춘기를 경험한 직장인 중 69.4%가 ‘극복하지 못해 주기적으로 고민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직장인 대다수가 현재 커리어 관련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지만, 정작 고민을 상담하고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았다.
‘커리어 고민을 상담할 사람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45.5%의 직장인만이 그렇다고 답한 것. 이들 역시 ‘친구, 지인(73.6%)’과 상담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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