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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fn통일포럼] "北, 제2의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로 韓·中 투자 유도할 것"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7 17:47

수정 2018.01.17 21:38

평창올림픽 이후 北의 전략은 - 태영호 前 영국주재 北대사관 공사
포럼 주요 내용
北, 이미 자본주의화 진행 장마당경제가 배급 대체
김정은, 쌍중단 받을 수도.. 핵 보유국 인정도 놓지않아
태영호 前 영국주재 北대사관 공사
태영호 前 영국주재 北대사관 공사

파이낸셜뉴스와 fn통일연구원 주최로 17일 서울 장충단로 반얀트리클럽앤스파에서 '제2회 fn통일포럼'이 열렸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왼쪽 네번째)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외교통일전문가 그룹 50여명이 참석해 북핵문제를 비롯해 평창올림픽 등 핫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와 fn통일연구원 주최로 17일 서울 장충단로 반얀트리클럽앤스파에서 '제2회 fn통일포럼'이 열렸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왼쪽 네번째)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외교통일전문가 그룹 50여명이 참석해 북핵문제를 비롯해 평창올림픽 등 핫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김범석 기자

17일 개최된 'fn통일포럼'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의 전략 변화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은 국제적 압박 공조가 갈수록 심해지는 대북제재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찾은 전략적 돌파구라는 것이다. 핵 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모든 에너지와 물자를 집중했던 전과 달리 올림픽 참가를 기점으로 군비 축소, 경제특구 확대 등 체제안정을 위한 전략적 선회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중 자본으로 경제회생 시도

이날 fn통일포럼 기조강연을 맡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북한은 지금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를 다시 회생시키려고 한다"며 "지난 5년간 핵과 ICBM에 집중해 투자와 교류가 중지된 것을 재개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경제특구 개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일종의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 지정을 고리로 한국과 중국의 자본력을 활용,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피폐한 국내 경제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을 것이라는 얘기다. 태 전 공사는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김정은 체제에 위협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 더 큰 위협은 날이면 날마다 이탈하는 주민들"이라며 경제특구가 북한에 자본주의 경제화 과정을 확대하는 건 분명하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의 자본주의화는 '장마당 경제'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장마당은 공식 시장인 종합시장과 불법 노점상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배급체제의 붕괴로 불법 거래가 늘어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태 전 공사는 "사람들이 장마당에 의존하면서 사상 정치적인 조직생활을 통해 국가가 관리.통제하는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무너진 시스템을 복원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 주민들을 한곳에 모아 정치적인 조직생활을 전파하기 편해진 이점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태 전 공사는 "사람들이 매일 노동하고 살아갈 생존수단이 생기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을 안하게 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동시에 또 다른 경제특구 지정 가능성도 나온다.

주요 도 소재지와 대규모 도시들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자본을 끌어들여 무너진 경제시스템을 세우는 것을 전략으로 삼을 수 있어서다.

■북한 '쌍중단' 주장 수용 전망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및 이후 전략에 대해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첫 관문이 평창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그 근거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국에서 진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북에서 진행하는 9.9 북한공화국 창건기념일을 민족 공동축제로 하자는 발언을 제시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글로벌 축제를 통해 한국 정부와 우선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쌍중단 카드를 김정은 위원장이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평창 올림픽 이후 중국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면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쌍중단'이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한·미 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을 뜻한다. 현재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해석이다. 특히 북한이 남북 훈풍모드와 중국의 쌍중단 주장을 '투트랙'으로 가져가면서 결국 국제 대북제재 완화 내지는 해제라는 타협점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포럼에 참석한 신각수 전 주일본대사도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의 목표는 쌍중단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제재효과가 발휘하기 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시간을 벌고 핵미사일을 완성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 예술단의 방남에 대한 화답 형식으로 우리측 방문단을 북한에 보내는 방안과 패럴림픽 개최기간 별도의 북한 방문단의 방남으로 남북 화해무드 본격화와 북핵 억지력 확보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럼 멤버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북 예술단 및 선수단, 응원단 파견에 화답 형식으로 우리도 북한에 이에 상응하는 대규모 방북단을 보내 풀지못한 이산가족상봉 문제 등의 물꼬를 트거나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완영 남북장애인 체육교류위원장은 "동계올림픽 한달 후에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북한 방문단 방남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제2회 fn통일포럼] "北, 제2의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로 韓·中 투자 유도할 것"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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