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재팬 톡] 대량해고 부메랑이 된 日 '파견법'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8 17:09

수정 2018.01.18 17:09

【 도쿄=전선익 특파원】 "올해는 많은 파견사원이 해고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파견법 전문 도미타 신페이 변호사(오사카 변호사회)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일본이 파견사원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한 '노동자파견법'이 3년째로 접어드는 올해 전국에서 '파견 해고'가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오랜 기간 파견사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정규직이 급격히 줄고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자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서류 작업, 비서, 번역 등 26가지 업무에 종사하는 파견사원들은 채용기간에 제한이 없어 1년 단위 계약을 이어가는 실정이었다.
1년 계약이다 보니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았고 종신고용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파견의 벽은 점차 높아져 갔고 갑자기 해고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월 노동자파견법이 개정되기 전에 약 134만명의 파견사원 중 40%가량이 이들 26종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지난 2015년 노동자파견법을 개정했다. 파견근로자 직접고용을 촉진할 목적으로 파견기간을 일률적으로 3년으로 제한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노동계약법을 개정해 비정규직이 같은 회사에서 통상 5년 이상 근무할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파견사원이 회사와 재계약을 한다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정규직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줬다"며 "파견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견근로의 고정화를 방지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파견근로자를 위한 '노동자파견법'에 허점이 있었다. 3년 후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자계약법에도 빈틈이 있었다. 비정규직 직원이 계약 종료 후 재고용까지 공백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경우 기간이 재설정된다는 조항이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은 이 조항을 이용해 비정규직 직원이 같은 회사에서 재계약을 원할 경우 6개월의 공백기간을 거치도록 하는 사칙을 넣고 있다.

기업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정식 절차를 통해 뽑은 정규직원들과 비교적 채용이 쉬운 비정규직 또는 파견사원이 똑같을 수 없다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정규직원들로서는 형평성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본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비정규직 직원은 야근이나 잔업을 전혀 하려 하지 않는다"며 "애사심이 정직원에 비해 낮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복잡한 계산들이 엮여 '노동자파견법'이 개정된 지 3년째 되는 올해 9월 일본에서는 대량의 '파견 해고'가 예고되고 있다.
도미타 신페이 변호사는 "법 개정으로 오히려 기업이 '파견 해고'를 하기 쉬워진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많은 파견사원이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ije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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