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농협, 수익성 없는 4·3평화공원에 무인점포 낸 이유는?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20:33

수정 2018.01.22 20:33

실리보다 공익 우선…민속오일시장 등 비수익 무인점포 5개소 개설
농협 자체 영업망 확장 계획 아닌 고객들의 협조 요청에 의해 추진     
읍면지역 비수익 영업망도 고령층 고객 상당수…농협 사회공헌 1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 있는 농협 무인점포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 있는 농협 무인점포

[제주=좌승훈기자] 은행 영업력을 상징하던 점포수가 더 이상 무의미해진 세상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고 디지털 비대면(非對面) 가래 활성화로 금융권에 점포 축소 바람이 불고 있다.

무인점포도 예외는 아니다. 개별 은행들이 운영하는 자동입출금기(ATM)도 매년 줄고 있는 추세. 대신 시중은행들은 편의점 내 은행 공용 ATM을 활용, 고객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점포임에도 유지해야 하는 점포가 있다. 수익적인 측면을 놓고 볼 때 마땅히 접어야 할 ‘애물단지’ 영업망임에도 공익성이 커 ‘실리’를 포기한 곳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NH농협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제주4·3평화공원, 제주민속오일시장,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동부경찰서 정문 앞, 제주도근로자종합복지관이 대표적이다.

농협의 영업망 확장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점포 개설 협조 요청에 의해 개설된 곳이다.

이중 제주민속오일시장은 2006년에 설치된 곳으로 ATM 2기가 있다. 닷새마다(매 2일, 7일) 장이 열리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용객이 거의 없다.

제주시 외곽 수목원길에 있는 근로자종합복지관 내 무인점포도 마찬가지. 근로자들의 복리증진 차원에서 지자체와 위탁 운영자인 한국노총의 협조 요청에 의해 무인점포를 만들어 놨으나 ‘실리’보다 ‘공익’이 먼저다.

제주4·3평화공원은 4·3 유족회의 협조 요청에 따라 지난해 9월 개점했다. 유족회는 2008년 3월 공원 개장과 함께 금융권에 무인점포 개설을 줄곧 요청해왔다. 그러나 금융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수익성 때문이다. 결국 고민 끝에 농협이 총대를 멨다. 유족회의 간곡한 요청도 외면하기 어려웠다.

읍면지역 영업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수익성만 따졌다면 진작 철수해야 마땅한 곳이지만 농촌인구 고령화에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는 터라, 가능한 점포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채널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이 고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도 감안했다.




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 백희병 현장지원단장은 “금융 소외지역은 수익성이 나쁘더라도 점포를 유지한다는 게 농협의 입장이며, 4·3평화공원이나 제주민속오일시장도 지역에서 상징성을 갖는 곳”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이처럼 사회적 책임 경영을 통해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 간 은행권 사회공헌 1위를 기록했다.




한편 무인점포 설치비는 ATM 1기를 기준으로 부스 인테리어까지 4000만원이 소요되며, 월 관리비로 250만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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