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수익률 곡선은 그야말로 예상하기 힘든 움직임을 나타냈다. 3*10년 스프레드가 오전 중엔 3.5bp 이상 벌어졌다가 오후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보다 3*10년이 2bp 가량 축소됐다.
전날 국고3년(KTBS03) 금리가 3.3bp 오른 2.203%, 국고10년(KTBS10)이 1.4bp 상승한 2.652%에 거래를 종료해 3*10년 스프레드는 45bp 수준이다.
지난 주말 기준 국고3*10년 스프레드는 46.8bp로 3주 연속 확대돼 지난 해 10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주 열렸던 새해 첫 금리결정회의에서 한은이 금리 추가인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물가 전망을 누그러뜨리면서 금리인상 시기와 횟수에 대한 전망도 약화됐다.
반면 대외 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 추가적인 스티프닝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날 오전만 해도 벌어지던 스프레드가 오후에 급작스럽게 좁혀지자 당혹해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 일드 커브는 왜 서다가 멈칫했나
우선 가격 메리트 측면을 볼 수 있다.
3*10년 스프레드가 50bp 수준에 근접하고 국고10년이 2.7%에 근접하면서 올 만큼 왔다는 인식이 한 몫했다. 예컨대 50bp 정도의 스프레드 상단으로 보고 추가 스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이 10년물 입찰을 앞두고 필요 이상 긴장하면서 이후 급속한 되돌림을 불렀다는 분석도 보였다. 입찰 관련 헤지의 되돌림이나 대외 금리 움직임, 외국인의 선물 매수 전환 등이 영향이 있었다는 지적도 보였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빠르게 일어서던 일드 커브가 어제 갑자기 플래트닝된 것은 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 3*10년 스프레드가 벌어질 만큼 벌어졌다는 인식이 작용했던 것"이라며 "실제로 포지션 언와인딩 수요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길게 보더라도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도 일시적인 되돌림은 불가피하고 지금이 이런 상황 아니었나 하는 지적도 보였다.
무엇보다 장기물 투자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장투기관의 장기물을 담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계속해서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기 위해 긴 채권을 담아야 한다. 장투기관이 초장기물을 담을 수밖에 없다면 전체 일드커브가 매끈하게 서기 어렵다. FX스왑 등을 감안할 때 해외물 메리트가 이전만 못해 국내물을 꽤 담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도 고려된다.
여전히 한국 금리인상 속도의 한계와 대외 금리 상승으로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인식과 장투기관이란 뒷배가 있어 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맞서고 있다.
▲ 올들어 많아진 스티프너들..플래트닝 분위기는 일시적?
증권사의 한 딜러는 "어제 커브가 장중 급격하게 플랫됏지만 일시적이라고 본다"면서 "결국은 커브가 더 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미국 금리 상승세가 꺾여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없다. 현재 해외는 금리 상승 시그널, 국내는 (한은 스탠스 등에 의한) 하락 시그널이 교차하니 짧은 구간으로의 도피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튼 빠르게 커브가 일어섰던 만큼 전날은 커브 되돌림이 일어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는 진단들도 나온다. 하지만 그야말로 '일시적'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보인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전반적으로 스티프닝의 기운이 꺼졌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어젠 예컨대 10년이 2.7%에 근접하니 대기매수가 나타났고 스티프너들이 포지션을 꺾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일단 실제로 별 다른 이슈가 없다면 여기서는 저가매수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런 움직임이 정리되면 커브는 다시 스티프닝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를 보면 10년 이상 장기물 플레이가 용이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 딜러도 결국 미국 금리의 상승 추세에 무게를 두면서 국내 일드 커브가 다시 눕는 트렌드로 바뀌기 어렵다고 봤다.
이 딜러는 "미국 금리는 3% 정도까지는 다들 보고 있다"면서 "어제 채권도 그렇고, 스왑도 그렇고 이자율들이 되돌림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외국인들도 플래트닝으로의 추세 변화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커브 스티프닝과 플래트닝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는 전체적으로 장을 강하게 보느냐, 약하게 보느냐와 관련된 문제 일 수 있다.
최근까지 계속해서 미국이나 일본, 유로존 등 양적완화를 했던 곳들이 완화정도를 축소할 수 있다는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채권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물론 완화 정도를 되돌리더라도 그 속도가 제한적일 것이란 인식도 강하다.
이런 인식이 적지 않은 스티프너들의 심리에 배여 있다. 스티프닝 피로감 해소 차원에서 잠깐 누웠다가 다시 일어설 것이란 심리도 강한 편이다.
경제 상황과 관련해선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스티프너들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 물가 압력 한계와 수급 요인으로 플래트닝 입장 고수하기도
하지만 물가 압력 문제에 대해선 사람들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그 폭이 제한적이라면 장기 금리도 마냥 오르기 어렵지 않냐는 지적도 많다.
아울러 장투기관이 초장기물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수급 요인에 의해 일정 정도는 커브 눌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들도 여전하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순환적인 물가와 유가 상승을 예상하지만 구조적 관점에서 대폭적인 인플레 상승은 한계가 있다"면서 "최근의 스티프닝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문 연구원은 "교보생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존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돼 있던 채권 30조원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면서 "이는 중기채를 팔고 초장기채를 매입해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보험사는 5년후 30년 채권을 매입하는 본드 포워드 계약을 체결한 정황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급적으로 초장기채를 담아야 하는 보험사들의 상황과 달리 여전히 장기채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해외 채권이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한계도 있는 만큼 국내 커브가 다시 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당분간 악화될 FX스왑레이트와 보험사의 자산듀레이션 대응을 감안할 때 적어도 1분기 중에는 강한 플래트닝 압력이 유지될 것"이며 "10*30년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영역에 머무는 게 고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일 시장이 금리나 스프레드 등 레벨 메리트에 따른 접근을 보여준 가운데 이는 커브가 마냥 일어서기 어렵다는 것을 보유준 사건이란 평가도 있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전날 커브가 급변동했는데, 사실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만으로 3*10년 50bp 이상은 무리다. 아울러 장이 밀릴수록 30년 매수는 더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아직은 초장기 수급판을 깰 정도의 인플레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3*10년은 35~50bp 정도가 박스권이 아닌가 한다"면서 커브 스티프닝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정부가 올해는 50년 국채 발행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50년 물량이 늘어난다면 커브 스티프닝 압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동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은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국고50년물 발행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수요상황 등을 판단해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시기 등을 말하긴 어렵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입장밖에 밝힐 수밖에 없다"면서 "발행을 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툴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발행 시기, 분할 발행 여부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국고50년물은 지난 2016년 1.1조원이 발행된 뒤 지난해엔 2190억원이 발행되는 데 그쳤다.
정부는 2016년말과 2017년 초만 해도 2017년 중 1조원 가량을 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수요 부진 등으로 지난해 발행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는 이후 하반기에 50년물 발행을 취소한다고 발표해 일드 커브를 급격히 눕히는 등 시장에 큰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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