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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복제원숭이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7:00

수정 2018.01.25 17:00

캐나다 드라마 '오펀 블랙'의 주인공 세라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사건에 휘말린다. 누군가가 만든 복제인간이다. 세라는 자신을 닮은 여러 명의 복제인간과 맞닥뜨리며 사건을 풀어간다. 복제인간은 TV와 영화 속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2005년 개봉된 영화 '아일랜드'는 관객수 3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케이블 TV OCN이 '듀얼'이라는 복제인간 드라마를 선보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복제인간과 형사 이야기를 다룬 고전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상상과 달리 복제기술 발달은 더디다. 아직은 동물 복제에 머물러 있다.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복제동물 '돌리'는 1996년 탄생했다. 영국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는 체세포 복제기술을 써 양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핵을 제거한 수정란에 다른 양의 체세포 핵을 집어넣는 방식이다. 이름은 미국 가수 이름 돌리 파튼에서 따왔다. 돌리 탄생을 다룬 논문은 이듬해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리며 세상을 뒤흔들었다.

돌리 탄생 이후 체세포 복제 기술에 속도가 붙었다. 1998년 일본 긴키대 쓰노다 유키오 박사팀이 최초로 복제 소를 만들었다. 돼지, 고양이 등 23종의 동물이 체세포 복제로 만들어졌다. 로슬린연구소가 동물복제의 물꼬를 튼 셈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동물복제 선두국가로 꼽혔다. 1999년 당시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은 '영롱이'와 '진이'라는 이름의 젖소 복제에 성공했다. 영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다. 2005년엔 '스너피'라는 복제 개를 만들었다.

이번엔 중국이 일을 냈다.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팀은 24일 긴꼬리원숭이과인 마카크원숭이 2마리를 복제했다고 발표했다. 두 원숭이의 이름은 '중화(中華)'에서 한 글자씩을 따 '중중' '화화'라고 지었다. 영장류 복제는 넘지 못한 산이었다. 중국 연구팀은 성체 원숭이가 아닌 태아 상태 원숭이로부터 체세포 핵을 뽑아내 성공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한 것 같아 안타깝다. 원숭이 다음 넘어야 할 산은 인간이다.
배아줄기세포 복제기술로 질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이 윤리규범을 못 따라갈까 걱정이다.
소설 프랑켄슈타인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닐까. 오싹해진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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