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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최저임금 부담 나누기, 물꼬 튼 삼성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5 17:00

수정 2018.01.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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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최저임금 부담 나누기, 물꼬 튼 삼성

지난해 말부터 만나면 '최저임금' 얘기를 꺼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증권업계를 출입할 때 만난 인연으로 친구 사이가 된 그는 코스닥 상장사를 탐방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일 정도로 열심이다. 현장에서 들어보니 단번에 16.4%나 인상된 최저임금을 순순히 받아들일 코스닥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코스닥 기업이 편의점이나 식당도 아닌데 최저임금에 그렇게 큰 영향을 받느냐"는 물음에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중소기업 단순생산직은 최저임금에 더해서 상여금과 수당으로 월 200만~300만원 수준을 맞춰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유급휴일수당 등 수당은 물론 4대 보험료도 같이 오른다.
상여금도 이에 걸맞게 올려줄 수밖에 없다."

식당을 하는 지인의 최근 화두도 '최저임금'이다. 이미 번화가 식당은 직원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은 지 한참 됐다고 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올라갈 경우 굳이 힘든 식당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시간당 6470원을 받는 것보다 힘들더라도 시간당 1만원을 받는 일을 선택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편한 7530원과 힘든 1만원'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부터 7530원을 주는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결국 시간당 1만원에서 더 올려줘야 식당 이모, 식당 알바를 구할 수 있다."

사실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보면 정부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책은 '선한 의지(Good Will)'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결과가 선하지 못하면 그 의지조차 오해 받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삼성전자가 나섰다. 협력사와 납품단가 협상 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반영해 주기로 했다. 협력사와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협력사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과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소위 최순실 사태로 재계 전체가 험한 꼴을 당했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재계의 이 같은 행보를 반기는 것을 보니 다급하긴 다급했나 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는 얼마든 있을 수 있다. 비판도, 찬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야 할 방향이 맞는다면 팔짱만 끼고 모른 체하기보다는 자신의 처지에 맞게 협조하는 게 맞다. 정책의 실패가 자신의 행복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부담 나누기'에 물꼬를 튼 삼성전자는 박수를 받기 충분하다.

전용기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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