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저성장은 현실화됐다. 기업투자는 더디고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도통 효과를 내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반복된다.
집필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를 지내고 있는 송인창 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다. 과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파견 당시 영국에서 의기투합했던 기재부 후배 직원 5명(도종록·민경신·범진완·정광조·정여진)과 뭉쳤다.
송 차관보는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국제경제과장, 외환제도혁신팀(현 외환제도과), 국제금융협력국장, 국제금융정책국장을 두루 거친 자타공인 국제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고, 우리나라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국가 신용등급 상향 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재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싶은 상사에만 3번 뽑혔을 정도로 후배들의 신망도 두텁다.
공교롭게도 저자들은 대안을 찾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수없이 읽어 빛바랜 경제 이론들을 다시 꺼내 재해석에 나선다.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해석돼온 석학들의 생각을 바로 잡고, 이를 대입해 우리 경제의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기 위한 시도다.
저자들이 펼쳐놓은 세상에서 7명의 경제석학들이 등장한다. 저자들은 각자 한명씩을 담당해 그들의 이론을 재탄생시켰다. 기업 이론의 대가 로널드 코스, 혁신의 전도사 조지프 슘페터, 풍요한 사회의 비판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필립스 곡선을 만든 윌리엄 필립스, 조세 평탄화 이론의 창시자 로버트 배로, 재정 승수 이론의 창시자 리처드 칸, 행동경제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이 그 주인공들이다.
저자들은 이들에게 '재벌, 개혁 대상인가 성장 엔진인가', '고도성장, 아직도 필요하고 가능한가', '과소비가 문제인가, 저소비가 문제인가', '인플레와 디플레, 우리는 누구와 싸워야 하나', '조세와 부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재정은 언제나 준비된 구원 투수인가', '어떻게 좋은 경제 정책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익숙한 것을 뒤집는다고 항상 새로운 답이 나오진 않는다. 그러나 몸부림 치다보면 낡은 틀은 깨지고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다. 저자들은 과거의 달콤한 경험이 독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익숙했던 경제 정책의 틀을 과감히 깰 것을 제안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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