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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연기요? "진짜 되는거다" 마음으로 믿고 했죠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9 17:59

수정 2018.01.29 17:59

영화 '염력'으로 돌아온 배우 류승룡
운석 맞은 약수터 물 마신 아재가 하루 아침에 초능력 가진 히어로로
판타지와 현실 적절히 맞춰 공감..친근하게 보이려 살도 12kg 찌워
영화 '염력'
영화 '염력'

"아빠가 이상한 능력이 생겼어." 어제까지 평범한 아저씨 그 자체였던 이가 하루아침에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은 좀비로 1000만 대박을 터뜨린 감독다운 독특한 소재다. 류승룡은 약수물을 먹고 얼떨결에 염력을 쓰는 초능력자가 된 신석헌으로 3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사진)은 "'부산행' 개봉 전에 '염력' 시놉시스를 들었는데 아이디어 자체가 기발하고 신선하더라. 운석에 맞은 약수터 물을 마시고 평범한 사람이 초능력이 생겨서 어려운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라는데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며 크게 웃었다.

'어느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아저씨'라는 소재는 그에게 너무나 흥미로웠다. 영화 속 석헌이 되기 위해 12㎏을 찌워 현실감 있는 몸으로 돌아온 그가 펼치는 초능력은 웃음과 친근감으로 넘쳐난다. "한국 영화에서 초능력 히어로물은 아마 처음이지 않나 싶다.
하늘에 붕 떠서 날라가는 (초능력자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그게 평범한 아저씨다. 신나고 재미있게 촬영했고, 완성본을 보니 더욱 만족스러웠다." 특히 판타지와 현실이 절묘하게 섞인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염력은 (히어로가 주는) 통쾌함과 함께 가족애, 현실에 던지는 감동 등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다. 우리와 동떨어진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 다수의 힘이 있는, 평범한 웃음을 응원하는 영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종의 초능력인 염력은 인간의 의지로 물건에 닿지 않고 움직이는 힘을 말한다. 컴퓨터그래픽(CG)이 더해진 스크린에서야 볼만하겠지만 촬영장에서 염력 연기는 분명 쉽지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그는 진지했다. "민망하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현장에서는 나를 믿고 '진짜 되는거다'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도 받기 전 출연을 결정한 그는 그 이유로 '연상호'라는 이름을 꼽았다. "원래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핀 뒤 (출연을) 결정하는 편인데 '염력'은 선뜻 손이 갔다. 연상호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시나리오 없이 시놉시스 단계에서 해보자 그랬다"고 했다.

염력 연기요? "진짜 되는거다" 마음으로 믿고 했죠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둔 지금, 연 감독에 대한 신뢰는 더욱 깊어졌다. "영화 '부산행'을 보면 시작하자마자 좀비가 나온다. '영화 초반부터 저렇게 바로 나오면 어떻게 끌고 가려하지'라고 걱정했는데 그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간다. '염력'도 그렇다. 초반부터 갑자기 초능력을 쓴다. 그럼에도 소재가 주는 흥미와 긴장감을 놓지 않는 것, 그게 연 감독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연 감독이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일 때부터 팬이었다는 그는 "연 감독은 연출력도 탁월하지만 참 재밌는 사람이다. 영화 찍고 나니 신뢰가 더 커져서 큰일이다. 정말 행복하게 잘 찍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7번방의 선물'(2013년), '명량'(2014년) 등 3편의 영화가 줄지어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며 '3000만 배우'로 불렸지만 이후 성적은 부진했다. '손님'(2015년) 82만명, '도리화가'(2015년) 31만명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초심을 다잡으며 선택한 '7년의 밤'은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제5열'은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며 의도치 않게 공백기가 길어졌다. 그는 "일부러 그러나 싶을 정도였다. 아쉬운 것은 사실이죠"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염력'을 제일 먼저 선보이지만 올해부터는 바쁜 일정에 돌입한다. 3년간 묵힌 '7년의 밤'이 드디어 3월 개봉을 확정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드라마 '킹덤'이 한창 촬영 중이다. 신작 '극한직업'도 곧 크랭크인한다. "사실 어떤 배우가 한꺼번에 작품들이 개봉하는 것을 원하겠어요. 그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서도 "일정이 바쁠 때라도 꾸준히 운동하며 순간순간 행복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물음에 "배우는 그릇이다. 시대를 담고 세월도 그려내고 결국에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그런 희노애락을 담는 넉넉한 그릇이 되고 싶다.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며 멋쩍게 웃었다. 31일 개봉.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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