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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 '17시간 격론'..자동차-세이프가드 맞붙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일 이틀 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2차 협상을 종료한 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김 본부장은 "협상은 전부 다 힘들었다. 갈길은 아직도 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일 이틀 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2차 협상을 종료한 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김 본부장은 "협상은 전부 다 힘들었다. 갈길은 아직도 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2차 협상이 난항 끝에 1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됐다. 한·미 양측은 전날부터 미국산 자동차 쿼터(할당) 확대, 세이프가드(수입제한조치) 개선 등 현안 별로 협상을 벌였다. 이틀간 17시간여 진행된 2차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이날 협상을 끝낸후 기자들 만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은 전부 다 힘들었다. 협상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 갈 길은 아직도 멀다"며 미국의 압박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

협상 마지막날인 이날 양측은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오전 9시부터 9시간 가량 협상을 벌였다. 김 본부장은 이틀간의 협상을 정리하며 "무역구제, 즉 세이프가드와 반덤핑,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에 대해 우리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한국산) 태양광과 세탁기에 부과한 세이프가드의 부당함을 강하게 지적했다. 자동차 분야는 시장 접근과 관세에 대해 협상했다"고 말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퇴장했다.

예상대로 이번 2차 협상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주장한 이슈는 자동차(부품)다. 자동차는 대(對)미국 무역흑자(2017년 178억7000만달러)의 70% 이상이어서 미국 입장에선 FTA 상대국 한국에 자동차를 더 많이 수출한다는 상징성이 크다. 미국은 힘의 우위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자국기업 이익을 침해했다는 명분으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1월22일) △국가 안보를 이유(무역확장법 232조 적용)로 한국산 수입철강에 대한 시장영향 조사(1월11일 백악관에 보고서 제출) △한국 기업 반도체 특허침해 조사(1월중 결정) 등 여러 건의 '수입제한 카드'로 한국을 몰아세우고 있다. FTA 협정과 상관없는 미국의 공격 수단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신년 연설에서 "나쁜 무역협정을 고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의 요구는 한국의 자동차 관련 비관세장벽 완화다. 미국산 자동차에 한해 배출가스 기준 완화, 안전기준 예외 확대 등으로 수입쿼터를 없애거나 늘려달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기준 예외를 인정받는 미국산 자동차 수입쿼터(할당)는 업체당 2만5000대다. 이와 관련,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는 31일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한·미 FTA 전망' 토론회에서 "미국이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 수입쿼터를 없애거나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 이런 부분이 무역 적자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협상 승리의 한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측도 미국의 불합리한 비관세장벽을 문제삼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고강도 세이프가드 발동은 FTA 협정의 명백한 위반이며, 이를 '세이프가드에 협정국을 제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자는 요구다. 또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같이 미국 기업에 유리한 편파적 조사 관행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문제는 우리 측이 협상테이블에 '농업' 분야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우리가 꺼낼 협상의 지렛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험난한 협상'이지만, 협상은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도 "쌍방이 가급적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음 3차 협상은 미국에서 이르면 이달 말께 열릴 전망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