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형에 고민이 많았던 김지현씨(가명.여)는 지난달 서울의 한 유명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대뜸 수술 결정부터 하라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상담실장은 "절골하고 깎으면 되겠다"며 수술 부위와 수술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비용도 알려줬다. 신뢰가 가지 않아 3시간을 기다려 의사를 만나고 나온 김씨에게 상담실장은 '오늘 예약금 100만원을 결제하지 않으면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하고 무거웠다"며 "상담사가 의사에 앞서 진찰하고 수술 결정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상담실장 인센티브, 경쟁적으로 수술권유"
일부 성형외과에서 의사 대신 상담실장 등 비의료인이 환자와 상담하고 수술 결정을 유도하는 행위가 이뤄져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불법이라는 인식이 미약하다.
12일 본지가 서울지역 성형외과 20개소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14곳은 '의사와 만나지 않고도 수술 결정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 성형외과 직원은 "의사와 상담하려면 대기시간이 길어지니 수술을 먼저 예약하고 당일에 의사와 상담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나머지 4곳은 "의사와 상담 후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했다.
의사를 만나지 않고 수술을 결정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상 성형외과를 포함한 모든 병원에서 상담실장과 같은 비의료인은 진료행위를 할 수 없다. 진료행위에는 수술 여부, 수술 부위에 대한 상담도 포함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상담실장으로부터는 비용, 일정 관련 조언만 듣고 의사를 만난 순간부터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라면서도 "내과든 성형외과든 의사 진료 없이 수술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병원은 예약을 많이 받는 상담실장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이들이 경쟁적으로 수술을 권유한다"며 "이런 행위가 관행으로 굳으면 국민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쌍꺼풀 수술을 받은 이모씨(25)는 "의사와 상담하지는 못했지만 수술 후기 사진 중 원하는 눈이 있어 바로 수술을 예약했다"며 "생명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 성형수술에 의료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기다리던 최모씨(34.여)는 "준전문가 수준인 상담실장이 많은데 '굳이 오래 기다려 의사를 만나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B성형외과는 "성형수술은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가 진행하는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수술에 대해 설명해주기 때문에 상담실장이 '진단'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예약금 환불 거부도
그러나 상담실장의 설명이 잘못돼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환자도 있다. 최근 팔 지방흡입 수술 상담을 위해 경기지역 한 성형외과를 찾은 유모씨(28.여)는 '의사가 수술 중'이라는 말을 듣고 상담실장과 상담했다. '툭 튀어나온 부분은 지방이니 이 곳을 빼면 여름에 나시도 입을 수 있다'는 말에 수술 예약금 10만원을 내고 나왔다. 반면 유씨가 수술 직전 찾아간 다른 성형외과 의사는 "팔이 근육질이어서 지방흡입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유씨는 예약금을 지불한 성형외과에 환불을 요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명백한 불법행위는 환자가 신고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보건소에 무면허 의료행위로 신고하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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