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프로골퍼 이정은의 설 이야기] 설날 뭐 할거냐고요? 작년처럼 훈련해야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4 14:02

수정 2018.02.14 14:03

‘대세녀’ 프로골퍼 이정은의 설 이야기 
인생필드, 나이스샷을 기원합니다
설날 뭐 할거냐고요? 작년처럼 훈련해야죠
작년 최고의 한해 보내고 맞이하는 첫 설에도 머리속엔 '골프, 골프'
지난해 대상, 상금왕 등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한 KLPGA투어 '대세녀' 이정은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파이낸셜뉴스 독자들께 새해 인사를 올렸다.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지난해 대상, 상금왕 등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한 KLPGA투어 '대세녀' 이정은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파이낸셜뉴스 독자들께 새해 인사를 올렸다.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 토방 앞 처마 끝에 불을 걸어 밝히시고 /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 / 지나는 바람소리 /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 게 누구여, 아범이냐 / 못난 것 같으니라고 / 에미가 언제 돈 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었나 일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 설날에 다들 모여 / 떡국이나 한 그릇하자고 했더니 / 새끼들허고 떡국이나 해먹고 있는지 밥상 한 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 그릇 / 어머니는 설날 아침 / 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 목이 메이신다

박남준의 '떡국 한 그릇' 중 박남준 시인의 '떡국 한 그릇' 중 일부다.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설레는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다. 바람도 혼자가 아닌 이 날이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먼길 마다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 어머니 품을 파고 든다. 하지만 가슴 아프게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기 위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비지땀을 쏟고 있는 대부분 골프 선수들이 그렇다.

지난해 4승을 거둬 대상, 상금왕, 다승왕, 평균타수상 등 주요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녀' 이정은(22.대방건설)도 마찬가지다. 태국으로 동계 훈련을 떠나기 직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정은을 만나 타국에서 맞는 설과 올 시즌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프로골퍼 이정은의 설 이야기] 설날 뭐 할거냐고요? 작년처럼 훈련해야죠


이정은에게 올 설은 남다르다. 왜냐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설이기 때문이다. 외동딸인 이정은은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이후로는 부모님과 떨어진 채 설날을 보내고 있다. 동계 전지 훈련기간과 설날이 겹쳐서다. 그래서 애석하게도 설날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 많지 않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 친척 어른들께 세뱃돈을 받고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던 모습이 유일한 설날 추억이다.

올 설날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떡국 먹고 하루 정도 쉬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설날이라고해서 달라질 건 없다"며 "특별한 일 없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훈련에 매진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정은은 이어 "많은 식구도 아닌데 매번 이렇게 떨어져 있어 다만 부모님께 죄송하다"면서 "그나마 작년에 성적이 좋아 올해는 죄송한 마음이 조금은 덜 하다"고 했다.

이정은은 태국에서 '영원한 스승'인 김봉주 전 국가대표 감독(경기도골프협회장)과 그야말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제외하곤 대부분 일정이 주니어 선수들과 다를 바 없다. 그 정도로 정신력을 다잡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 훈련 일정은 오전에 라운드를 한 뒤 오후에 드라이빙 레인지 연습, 그리고 체력훈련으로 채워진다. 프로그램은 매일 수시로 바뀐다. 지루함을 다소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문이 있다. 이정은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샷과 부드러운 쇼트 게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다시말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최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정은은 지난해 말 대방건설과 KLPGA 최고 대우의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정은은 지난해 말 대방건설과 KLPGA 최고 대우의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자연스레 올 시즌 목표가 궁금했다. 그는 "성적에 관한 확실한 목표를 두기보다는 작년에 이뤘던 성과로 인해 부담 갖지 않는 것과 경기 할 때 작년 성적을 생각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은은 또 "다시 첫 출발이라고 여기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골프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며 "성적이 좋으면 무엇이 되든 타이틀은 자연적으로 따라오게 마련이어서 타이틀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은은 2016년에 신인상을 수상했다. 제아무리 그렇더라도 지난해 성적은 정작 본인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생뚱맞게도 그 원동력이 궁금했다. 그는 "정규투어에 빨리 적응한 것과 일찌감치 시즌 개막전에 우승해 시드 걱정이 없어진 게 상승 원동력이 됐다"고 답했다. 다시말해 예선 탈락이 두렵지 않게 돼 공격적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것. 거기에다 쇼트 게임 능력이 향상된 것도 한몫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다. 그는 "우승으로 시드가 확보된다면 그때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정은은 작년 KLPGA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올 시즌 5대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다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만약 초청 선수로 출전한 대회서 우승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 해외 진출을 고민해보겠다는 복안이다.

이정은은 어렵게 골프를 해서인지 또래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보다 성숙하다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그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그 깊이는 충분히 가늠되고 남는다. 이정은은 "골프가 내 뜻대로 잘 안되는 상황에서도 마음에 여유를 갖고 싶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계속 골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제법 어른스런 속내를 내비친다.

이정은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럭키식스'라는 팬클럽이 있다. 넉넉지 않은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인간승리' 드라마를 완성한 어린 소녀에게 순전히 매료된 사람들이다. 이정은은 "팬들로부터 분에 넘칠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래서 그에게 그런 팬들을 위해 설 선물로 골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한 가지 팁을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골프에는 정답도 없고 완벽함도 없는 것 같다. 나만의 스윙, 감각, 구질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한다면 골프를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일관성있는 리듬과 루틴을 가지고 있으면 좀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아끼는 모든 분들을 위해 마음으로부터 우러 나오는 세배와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그리고 항상 건강하세요!"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