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참담 또 참담… 또한번 고개숙인 문화계 대부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9 18:08

수정 2018.02.19 18:08

성추행 논란 연출가 이윤택 "법적 책임 등 벌 받겠다"면서 성폭행 혐의는 부인
고개숙인 연극 연출가 이윤택 연합뉴스
고개숙인 연극 연출가 이윤택 연합뉴스

성추행 및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연출가 겸 극작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이 19일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일 폭로되고 있는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강제가 아니었다"며 부인했다.

이윤택 전 예술감독은 피해자가 몇 명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모르겠다"며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습적인 나쁜 행태였지만 제가 어떤 땐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고, 어떤 땐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년 전 극단 안에서 발생했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단원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일부 단원들이 끊임없이 제게 항의하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제 자신을 다스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은 또 "피해자 모두에게 어디든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연극협회는 이날 오전 이 전 예술감독의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최고 징계조치인 제명 결정을 내렸다.


서울연극협회는 성명서에서 "이윤택 회원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며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폭로한 동료 연극인분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 회원의 성폭력 사실을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라 정의하고 정관에 의거 최고의 징계조치인 제명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조직적인 방조와 은폐의 배경이 된 연희단거리패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물어 2018 서울연극제 공식참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전 예술감독이 몸담고 있던 연희단거리패는 극단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로 연희단거리패를 해체한다"며 "극단 해체 이후에도 자체 진상조사를 해서 조사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 동안 이 연출의 성폭력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그것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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