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국민 88.6% ‘미투’ 운동 지지…“용기있는 행동 격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7 09:35

수정 2018.02.27 09:35

언론진흥재단, 성폭력 피해 폭로 ‘미투’ 운동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응답자 73.1% ‘미투’ 참여자에 대해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해주고 싶다” 
성폭력 문제의 본질은 권력관계(상하관계) 문제 71.6%
미투·위드유 운동에 대한 입장
미투·위드유 운동에 대한 입장

타임(TIME)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미투(Me Too)' 캠페인에 참가한 폭로자들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이라고 명명했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피해 경험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도 그렇다(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들의 경험을 폭로하면서 비슷한 일을 당한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형태로 확산 중이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폭로는 특정한 직업이나 분야가 아니라, 법조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정치권, 대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또한 ‘미투’ 폭로들이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그동안 은폐되거나 무시돼 온 성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성폭력 피해는 본질적으로 상하관계 내지 권력관계를 이용해 힘을 가진 사람이 저항이 어려운 아랫사람을 상대로 가한 폭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도 “당신과 함께 한다”라는 뜻으로 ‘미투’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는 ‘위드유(With You)’ 운동에 참여하면서 ‘미투’와 ‘위드유’는 함께 확산되는 추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미투’ 캠페인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미투’ 및 ‘위드유’ 운동 자체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그리고 사회문제로서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20~50대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미투·위드유 운동 지지 이유별 동의 정도
미투·위드유 운동 지지 이유별 동의 정도

■‘미투’ 운동 지지한다 88.6%, 동참 의사 있다 74.4%, 격려해주고 싶다 73.1%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투’ 및 ‘위드유’ 운동에 대한 응답자들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얼마나 지지하는 지를 조사했다. ‘미투’나 ‘위드유’ 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답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이 문항 시작 전에 각각을 설명하는 내용을 별도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 ‘미투’와 ‘위드유’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조사대상의 88.6%(강력히 지지함 32.8%, 지지하는 편임 55.8%)에 이르렀고, ‘지지하지 않는다’와 ‘관심 없다’는 각각 5.5%(전혀 지지하지 않음 0.8%, 지지하지 않는 편임 4.7%), 5.9%로 소수였다.

응답자의 성별에 따라 지지하는 정도가 조금 다르게 나타났는데, 강력히 지지한다는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여성(38.6%)이 남성(27.2%)에 비해 11.4%포인트 더 높은 것이 특징적이었다. 한편, ‘미투·위드유’ 운동에 대한 참여 의사를 물어본 결과, 지지한다는 비율에 비해서는 14.2%포인트 더 적은 74.4%(매우 많음 15.2%, 약간 있음 59.2%)로 확인됐다.

‘미투·위드유’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한 942명의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지지하는 이유를 추가적으로 물었다. 총 5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동의하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4개 항목에 대해서 90%가 넘는 응답자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동의한다’고 답한 사람에 한정해서 살펴보면, 가장 높은 동의도를 보인 항목인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폭력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61.7% 비율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밝혀지고 그들이 정당한 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44.4%),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이미 공개한 사람들을 지지하거나 그들의 용기에 힘입어서’(39.8%) 등이 뒤를 이었다.

‘미투’ 운동을 통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사람들에 대해 응답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 가운데 가장 가까운 것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조사대상의 절대다수인 73.1%가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해주고 싶다’를 택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피해를 당한 사실로 인해 안쓰럽다’(21.6%)가 뒤를 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해 좀 유난스러운 것 같다’와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생각해 좀 무모한 것 같다’를 고른 응답자는 각각 3.6%, 1.7%로 소수에 불과했다. 성별에 따라 피해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조금 다른 것으로 확인됐는데, 여성(78.4%)의 경우 남성(68%)에 비해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해주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10.4%p 더 많았던 데 비해, 남성(25.9%)은 피해를 당한 사실로 인해 안쓰럽다는 응답이 여성(17.2%)보다 8.7%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미투’로 성폭력 피해 사실 밝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미투’로 성폭력 피해 사실 밝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응답자들 ‘미투’ 운동 실효성 높고 지속적 캠페인 될 것 같다 답해

이어서 ‘미투’ 운동의 실효성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먼저 실효성에 관해서는 총 5개 항목을 제시하고 각각에 대한 동의 정도를 물었는데, 모든 항목들이 동의 비율 7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시민들이 ‘미투’ 운동의 효과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중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이 가장 많은(89.3%) 응답자들이 동의한다고 답한 항목인 것으로 확인됐다(매우 동의 44.7%, 약간 동의 44.6%). 그 다음으로는 ‘성폭력을 성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높임’(84.4%: 매우 동의 36.6%, 약간 동의 47.8%),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처벌/징계로 이어짐’(80.7%: 매우 동의 21.8%, 약간 동의 58.9%) 등이 뒤따랐다.

앞으로 ‘미투’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 같은지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동참하는 피해자들이 점차 늘면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캠페인이 될 것 같다고 예측한 응답자들이 63.5%로,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더 받겠지만 일시적 유행처럼 지나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36.5%)에 비해 27%p 더 많았다.

미투 운동에 대한 사전 인지
미투 운동에 대한 사전 인지

■‘미투’ 운동 인지도 75.2%, 사례 가운데는 서지현 검사 폭로 인지도 가장 높아
‘미투’ 운동에 대해 사전에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를 알아보았는데, 39.7%의 응답자가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35.5%는 ‘들어봤고 대략 알고 있다’를 택했다. 14.7%는 들어는 본 것 같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2%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컨대 ‘미투’ 운동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던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분의3(75.2%) 정도였다. 이러한 높은 인지도는 ‘미투’ 운동이 그만큼 일반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임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 언론에 보도된 사례들에 대해 언론보도를 접한 적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제시된 6가지 사례 가운데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검사장의 성폭력이 가장 많은(95.1%) 응답자들이 언론보도로 접한 적 있는 경우로 확인됐다. 그 다음으로는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등이 폭로한 이윤택 예술감독의 성폭력(84.1%), 미국 여배우들이 폭로한 제작자 등의 성폭력(79.7%),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문단에서의 성폭력(75.2%) 등이 뒤를 이었다.

성폭력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는 비율
성폭력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는 비율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심각하다’ 연령대 낮을수록 동의도 높아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성폭력 문제 자체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먼저 우리사회의 성폭력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그 다음으로 ‘미투’ 운동에서 핵심이 되는 성폭력, 즉 ‘권력관계’ 내지 ‘상하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 정도를 연결해서 알아봤다.

‘전혀 심각하지 않다’와 ‘별로 심각하지 않다’를 고른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으며, 우리사회 성폭력 전반과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을 심각하다고 보는 비율은 각각 93.7%, 96.2%로 절대다수였다.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성폭력 전반(48.6%)에 비해 권력관계에 기반한 성폭력(55.8%)에 대해 좀 더 많은(7.2%p)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 성폭력 문제를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에 있어 차이가 관찰됐는데, 우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폭력 전반(63.7% 대 34.1%)과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66.7% 대 45.2%) 둘 다에 있어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로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성별에 따른 이러한 인식 차이가 성폭력 전반 문제에서 권력관계에 따른 성폭력 문제로 넘어오면 좁혀진다는 사실이다(29.6%포인트 대 21.5%포인트). 여성의 경우 성폭력 전반과 권력관계 기반 성폭력 둘 다를 비슷하게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는데 비해, 남성은 여성과 비교해서는 전반적으로 성폭력 문제를 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성폭력 일반 대비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응답자의 연령대에 따라서는 성별에 의한 차이와는 조금 다른 경향이 관찰됐다. 성폭력 전반에 대해서는 연령대별로 매우 심각하다고 보는 비율에 있어 차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최저 47.2% ~ 최고 50.8%), 권력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이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62.1%) 30~40대(각각 55.3%, 56.4%), 50대(49.4%)로 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는 젊은 세대일수록 성폭력 일반에 비해 권력관계 기반 성폭력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힘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이러한 성폭력에 있어서 젊은층이 주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민감도가 기성세대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성폭력 문제의 본질 인식
성폭력 문제의 본질 인식

■성폭력 문제의 본질은 남녀관계보다는 ‘권력관계’ 문제

성폭력 문제에 있어 본질을 무엇으로 보는지를 알아보고자 남녀관계 중심의 성차별 문제와 권력관계(상하관계) 문제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는 쪽을 택하게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2/3 이상인 71.6%가 성폭력에 있어 권력관계 문제가 더 본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대상의 성별에 따라서 차이가 관찰됐는데, 남성의 경우 4분의3 이상인 77%가 성폭력 문제의 본질을 권력관계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여성은 권력관계 문제를 택한 응답자가 66%, 성차별 내지 남녀관계 문제를 고른 비율이 34%였다.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라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분석 결과,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 강화를 선택한 응답자가 36.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사건 발생 시 철저한 진상 규명(16.9%),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2·3차 피해 예방책 강구(15.4%),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정서적 서포트(지지) 문화 조성(12.8%), 조직문화와 조직 내 소통방식 자체를 수평화·민주화하려는 노력(11.9%)이 큰 차이 없는 비율을 보였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