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인터뷰] 차기 복권사업자 “도덕성‧공공성‧상생경영 검증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8 17:59

수정 2018.02.28 18:11

동행복권 컨소시엄 주관사 ㈜제주반도체 조형섭 대표이사
조형섭 ㈜제주반도체 대표이사
조형섭 ㈜제주반도체 대표이사

연매출 5조원에 달하는 차기 복권수탁사업 쟁탈전이 나눔로또, 인터파크, 동행복권 등 3개 컨소시엄으로 압축된 가운데 제주지역에 기반을 둔 ㈜제주반도체(대표 조형섭, 박성식)의 행보가 눈에 띈다.

제주반도체는 초소형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장(Fab) 없이 반도체 설계만으로 지난해 잠정 매출 117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30% 성장한 1519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50억원을 목표로 하는 알짜 강소기업이다.

제주반도체는 특히 지역 내 수출 1위 기업으로서, ‘월드 클래스 300(글로벌 강소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진입하는 것과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복권수탁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동행복권은 제주반도체(43.7%) 케이뱅크(1%) 에스넷시스템(12%) 등으로 컨소시엄을 꾸렸다.

복권 분야 글로벌 1위 컨설팅업체인 챔피언시스템(미국법인)도 동행복권 컨소시엄의 협약사로 최종 합류했다.

■ 금융인프라 주업 ‘나이스그룹’과 컨소시엄 확정

조형섭 제주반도체 대표이사는 “복권판매액의 40%가 복지 예산으로 쓰여지는 등 복권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복권수탁사업자 내의 이익 분쟁과 사업자 관련 도덕성과 공공성 시비가 국가복권사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상황 속에서, 제주반도체가 국가복권사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참여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도는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 이후 관광복권 발행을 중단하는 대신 통합복권 수익금을 받는 법정배분기관 중 하나로, 복권기금 지원액이 연간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렇지 않아도, 복권 기금을 받아 운용하는 기존 사업의 기득권을 인정할 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주반도체가 통합복권 운영사로 선정된다면, 지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조형섭 대표이사와 문답.

- 반도체기업의 로또 사업 참여는 의외라는 시각에 대해

▷ 복권사업은 국가사업인 만큼 잡음을 야기하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데, 평소 공정거래를 절감하고 공정성과 평판을 중시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동행복권이 국가복권사업의 수행 주체로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동행복권은 복권사업이 갖추어야 할 공익성을 컨소시엄이나 참여 주주의 이익보다 우선할 것이다.

- 복권사업 경험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 이번 제4기 복권수탁사업자 입찰에 참가한 3개 컨소시엄 주관사들 모두가 복권사업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낙찰자가 새롭게 복권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복권사업의 자산, 인력 등 모든 인프라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15년 간의 국가복권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대로 넘겨받기 때문이다.

동행복권은 현 국산화복권시스템을 개발한 오이지소프트, 투비소프트 등 주요 소프트웨어개발업체를 구성사로 참여시켰으며, 복권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컨설팅업체인 챔피언시스템즈와 협약을 체결하여,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복권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 중견 강소기업 간 협업…복권 사업 전문성 확보

- 나이스그룹과 손잡게 된 경위는

▷ 기업신용평가, 개인신용평가, 기업정보 제공, 전자 결재, ATM 관리 등 금융 ICT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금융인프라그룹인 나이스그룹은 복권사업 참여로 인해 평판에 문제가 생기면 본업에서의 핵심 경쟁력인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이 했다.

그러나 동행복권의 공정한 사업운영 방안을 제시하고, 260대의 현금배송차량과 790명의 현금배송인력 등 전국적인 현금배송망을 가지고 있는 한국전자금융과 지불결제시장을 선도하는 KIS정보통신과 나이스페이먼츠가 국가복권사업의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 나이스그룹의 참여를 얻어냈다.

- MBC 나눔의 참여 동기는?

▷ MBC나눔은 공영방송 MBC의 100% 자회사로 사회공헌 전문기업이다. MBC나눔도 공영방송 이미지의 훼손을 우려해 처음에는 참여를 꺼렸지만, 동행복권의 사업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오히려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MBC나눔의 동행복권 참여로, 차기 복권사업자의 사회공헌활동의 폭과 깊이가 확연히 달라지고, 복권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도 개선될 전망이다.

- 은행 참여 관련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는데?

자금 대행사업자의 자격요건을 ‘은행’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는 입찰 공고는 3기 사업자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변화가 없는 내용이다.

당첨금 지급 건당 수수료가 원가의 절반에 불과한 등 수익성이 낮아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복권사업 참여를 꺼리는 상황이다. 동행복권은 현재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시중은행과 우호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빠른 시간 내 은행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편 복권수탁사업자는 5년간 복권 발행·관리·판매·추첨 등을 총괄 운영한다.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물론 당첨금·판매수수류·수익금 이체 등 금융 업무도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오는 3월 8일까지 컨소시엄이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어 3월 중 기술협상과정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올 12월부터 5년 간 복권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