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의 국민청원제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민주정의 '도편추방제(오스트라키스모스)'를 연상케 한다. 기원전 487년 클레이스테네스는 전 집권자 페이시스트라토스같은 참주(독재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 도편추방제를 도입했다. 아테네 시민들이 독재자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 조각에 적고, 가장 많이 거론된 인물을 국외로 10년간 추방했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직접민주주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도편추방제는 향후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대표적으로 스파르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다가 반대파에게 추방당한 테미스토클레스 등이 도편추방제의 폐단에 희생됐다. 어이없는 상황들도 벌어졌다. 당시 기록을 보면 아테네 시민가운데 '못생겨서' '그냥 기분이 나빠서' '친구의 권유로' 등 비민주적, 비이성적 이유로 특정 정치인을 숙청하는데 동참하는 일이 많았다. 정작 권력자 페리클레스는 도편추방제를 활용해 정적을 제거하고 30년 간 독재정치를 하기도 했다. 결국 70년을 이어왔던 도편추방제는 기원전 416년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에 히페르볼루스가 추방된 것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유래된 영어 'Ostracism'은 도편추방이라는 본래 뜻 외에도 '왕따', '소외' 등을 표현한다. 문 정부의 국민청원제가 도편추방제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맹목적 여론에 휘둘리는 태생적 문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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