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남북합의, 文대통령 축적된 노력과 김정은 위원장 숙성된 고민의 결과”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7:31

수정 2018.03.08 21:24

靑 대북특사단 성과 자평
정의용 특사 말 꺼내기도 전 金 “이해한다” 합의 일사천리
지난 5일 오후 6시께 평양 조선노동당 본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대북특사단의 수석대표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무거운 주제를 바로 꺼내들었다. 비핵화 문제와 핵실험 중지(모라토리움), 군사회담 등에 대한 얘기였다. 김 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특사단 방북의 목적인 만큼 피해갈 수 없는 대화였다.

"(특사단)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 상황을 반전시킨 건 김 위원장의 첫 반응이었다.


정의용 실장이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김 위원장은 바로 말을 이어받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공개한 베를린선언부터 한반도 평화 구상, 또 지속적으로 북한에 제시한 메시지들을 '아주 소상히'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이런 상황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이미 답안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간 첫 대면이었으나 얘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결과 △4월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간 핫라인 연결 △체제 보장을 조건으로 한 비핵화 입장 △북.미 대화 개최 용의 등의 6개 항에 대한 결과가 도출됐다. 불과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사단은 1박2일 방북 기간 정상급 의전으로 '굉장히 세심한' 대접을 받았다. 특사단이 탄 차량이 노동당 본부에 도착했을 당시, 김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차에서 내리는 특사단을 직접 맞이한 점, 정 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려고 일어서자 김 위원장도 동시에 일어서 걸어나와 테이블 가운데 지점에서 친서를 전달받은 일 등이 뒤늦게 공개됐다.

"평양은 냉면이 최고라는데 맛보고 싶다"라든가 "평양식 온반은 어떤 음식이냐"고 가볍게 툭 던진 말에 첫 날 만찬과 둘째날 오찬 테이블에 냉면요리가 올라온 일도 북측이 특사단을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숙소에선 국내 방송은 물론 인터넷 접속도 자유로웠다.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대범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외신에서 표현된 자신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농담을 섞어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번 남북간 합의에 대해 한 특사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남과 북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고 표현했고 다른 특사는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을 몇가지 난제를 말끔하게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숙성된 고민이 합쳐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에 대한 공로로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은 올림픽 개막 4시간 전에야 북측 IOC위원들과 남북공동 입장에 대한 마지막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아찔한 순간을 공개하기도 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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