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가 기술 비밀 요청하면 계약 못하거나 납품도 단절
올 발의될 법안만 10여개..기존 법안 개정 등 필요..사법부와 이견 해소 관건
#1. "모 대기업이 특허출원에 공동 특허권자로 넣어줄 것을 요구했고, 거부하면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D 중소기업 대표>
올 발의될 법안만 10여개..기존 법안 개정 등 필요..사법부와 이견 해소 관건
#2. "재계약할 때 원사업자가 단가를 조정한다며 제품 원가절감 관련기술 자료를 요구했다. 자료를 주지 않자 거래가 끊겼다." <B 중소기업 관리자>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들의 중소 기술업체에 대한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각종 입법 및 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이 주도하고 각종 보안책을 만들고 있으며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11일 지식재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의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방지 관련 법안은 △대중소기업간 비밀유지협약서 의무화 △표준계약서 도입 △침해협의 당사자에 입증책임 부여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 10배 이내로 강화 △아이디어 탈취행위 시정명령 도입 △중소기업 기술보호 위원회 설치 △국선대리인 근거 및 수수료 감면 규정 마련 등 10여개가 넘는다. 이들 신설법안은 상생협력법, 중소기업기술보호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하도급법, 산업기술보호법, 기술이전법 등에서 개정안 또는 신설법안 등이 필요하다.
기술유출 피해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의 평균 피해금액은 18억9000만원이며, 거래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어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기술자료 제공으로 인한 피해로는 3자 유출(28.7%)로 가장 많았고 유사품 제조(27.5%), 단가인하요구(25.1%), 거래중단(13.8%) 등이 있다.
■"기술탈취 미투 운동 필요"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는 고질적인 대중소기업간의 병폐지만 근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대기업으로부터 거래가 완전히 끊기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거래중인 대기업으로 납품이 어려워질 경우 중소기업은 곧바로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피해를 입었더라도 공개를 극도로 꺼리기 마련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배석희 과장은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관행이 너무 확고해서 피해 중소기업들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철회를 요청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배 과장은 이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한 '미투(me too)'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올 초 중소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요구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5%에 달했다. 하지만 하도급법 제 12조의 3, 상생협력법 제 25조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 제공 요구를 금지 하고 있다.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되는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간 기술거래 문화는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1만2357건에 불과했다. 올 초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에 따르면 OECD 34개 국가중 우리나라의 기업간 기술협력은 26위에 불과했다.
박희재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생태계가 최악이다. 중국도 기술탈취를 하지 않고 3년전부터 제값을 주고 사고 있다. 중국의 창업생태계가 바뀌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창업을 주저하고 있다. 창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국대 손승우 법과대학 교수는 "대중소기업간 종속 거래 관계로 갑을 문화 형성과 기술탈취가 만연하다"면서 "중소기업은 핵심기술이 유출로 분쟁 발생시 피해 입증이 어렵고, 막대한 소송비 부담 등으로 사실상 피해구제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기술비밀 유지계약을 요구할 경우 대기업에서 해당 중소기업과 거래를 하지 않는 형태가 많다"면서 "대중소기업간 비밀유지협약(NDA) 체결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보호 신설법안 후유증 우려도
하지만 개정이나 신설중인 중소기업 기술 보호법안들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다. 중소기업벤처부, 특허청, 사법부간의 시각차로 인해 일부 신설 법안은 후유증이 불가피해보인다.
중소기업 기술침해시 입증책임의 전환의 경우 현직 판사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로 인해서 입증책임의 전환보다는 완화가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대기업의 침해사례를 공표를 중소벤처기업부 또는 특허청중에서 어느 부처에서 할지도 고민거리다.
박준석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회장은 "기술보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국회,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방산보안연구소, 산업기밀보호센터, 국방보안연구소, 방산학회 등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를 중심으로 산업보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 내 소분류에 '산업보안' 신설을 제안한 상태로 4월초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