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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백색 황금' 리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2 16:55

수정 2018.03.12 16:55

남미 볼리비아에는 세계인들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앞자리를 차지하는 '우유니 사막'이 있다. 바다가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라 형성된, 이 아름다운 사막은 소금뿐만 아니라 리튬의 보고다. 원자번호 3번인 리튬(Li)은 자연 상태에서는 리튬염 등 화합물로 존재한다. 볼리비아와 인접한 칠레.아르헨티나에 접경한 안데스 소금호수와 암염에 전 세계 매장량의 70% 이상이 분포된 이유다.

지난 9일(현지시간) 칠레 생산진흥청(CORFO)은 자국 리튬산업 육성을 위한 '리튬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삼성SDI.포스코 컨소시엄을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포스코는 칠레 현지에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이로써 양사는 칠레 정부로부터 경쟁사보다 싼값에 리튬을 공급받아 리튬이온배터리용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리튬은 휴대폰, 노트북, 전기차용 2차전지의 핵심 원료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리튬은 요긴한 소재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리튬은 약방의 감초지만 생산지는 몇몇 나라에 편중돼 있다. 그래서 '백색 황금'으로 불린다. 현재 한국과 중국.일본이 세계 리튬 수요의 53%를 점하고 있으나 전기차 시장 확대 전망과 함께 최근 2년간 리튬 값은 2배 이상 뛰었다. 삼성SDI.포스코 컨소시엄이 칠레 현지 공장을 통해 이처럼 '귀하신 몸'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으니 해외자원 개발사에서 보기드문 개가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이명박정부 때 광물공사가 볼리비아와 추진했던 리튬 프로젝트가 박근혜정부 들어 '부실'로 낙인 찍혀 결국 무산됐던 전례가 뇌리에 떠오르면서다.
그 후 매장량 세계 1위인 볼리비아 리튬 개발은 중국이 차지했다. 자원개발은 애초에 리스크도 크고, 투자의 회임 기간도 긴 속성을 갖고 있다.
현 정부도 자원개발 정책에 관한 한 거시적 경제논리나 사실관계가 아니라 예단을 갖고 과거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기자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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