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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고 싶어요” 10대 여학생 섭식장애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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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9 23:59:00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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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 부르는 사회](하)
-마른 체형 여자 청소년 3명 중 1명 자신 뚱뚱하다 생각
-설사약 등 부적절한 다이어트 시도, 여학생 23% 
-해외서 10대 섭식장애 정책 논의되지만 한국 무관심 

“마르고 싶어요” 10대 여학생 섭식장애 위험
섭식장애 환자가 그린 자화상. 왼쪽은 섭식장애 치료 전 오른쪽은 치료 후. 왼쪽 그림은 더 마르고 선이 많다. 가는 팔다리와 많은 선표현은 강박을 뜻한다./사진=플로리다 마음연구소 제공

섭식장애 고통을 알리기 위해 취재에 응한 김현정양(가명·17)은 전화통화 내내 목소리가 떨렸다. 김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넌 얼굴이 뭐 이렇게 생겼어”라고 따돌리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자퇴를 하자 폭식증이 생겼다. 1년간 집 밖을 나간 적이 없다. 방문을 잠근채 먹고 게워냈고 또 먹었다. “7인분 밥 한 솥을 아침에 다 먹었어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그는 말을 흐렸다.

키 165cm 52kg이던 김양은 89kg까지 살이 쪘다. 왕따 기억이 떠오르거나 거울 속 자신이 비칠 때 식욕이 끓어올랐다. 1년 만에 외출한 것은 부모님 눈물 때문이다. 죄송한 마음에 2개월 동안 굶어서 살을 빼고 집을 나섰지만 거식증이 생겼다. 체중이 줄어 47kg까지 빠졌다.

김양은 올해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사람 만나기를 꺼린다. 같이 밥 먹으면 살이 찔까봐 두렵다. 남에게 알리기 수치스러워 치료도 받은 적 없다. 그는 “여전히 방울토마토만 먹는데 코피가 흐르고 탈모도 생긴다”며 “힘이 없어 3분도 못 걸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급식 먹고 화장실서 게워내는 여중생
20일 한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섭식장애(식사장애·거식·폭식증)로 치료받은 10대 환자는 1234명으로, 여성(1063명)이 86%다. 전문가들은 섭식장애 환자가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홍진표 소장은 “정신질환 특성상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가 많고 특히 10대는 섭식장애를 다이어트의 일종으로 잘못 인식해 질환 자체를 모를 수 있다”며 “신체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섭식장애 같은 이상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2017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여학생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은 32.5%다. 마른(체질량지수 85% 미만) 여자청소년 3명 중 1명은 자신이 살 찐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체중 감소를 시도한 적이 있는 여학생은 23%로 남학생(13.6%)에 비해 높다.

10대는 아이돌 스타 등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 섭식장애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연예인 숭배와 섭식장애가 밀접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설경옥 교수 등은 지난해 초기 성인기 여성 601명을 조사해 연예인 숭배 경향성이 클수록 외모에 대한 사회규범을 내재화한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에서 내보내는 미(美) 가치관과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신체를 통제할수록 이상섭식행동을 더 보인다는 것이다.


“마르고 싶어요” 10대 여학생 섭식장애 위험
청소년 부적절한 체중감소방법과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 추이/사진=2017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통계


■해외 섭식장애 10대 환자 예방...한국은?
섭식장애 환자를 상담하는 플로리다 마음연구소 김소울 대표는 “10대 환자 중 체중강박이 있었다”며 “손톱을 바짝 깎거나 머리카락을 잘라 체중을 줄이려는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살에 대한 강박은 관계 갈등으로 이어져 섭식장애 인터넷 카페 ‘소금인형’에는 밥상머리에서 부모와 먹는 걸로 싸운다는 청소년 고민 글도 올라온다.

외모에 관심이 쏟아지는 10대 때 섭식장애가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섭식장애 역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지만 치료가 어려워 예방 및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 소장은 “섭식장애 치료 및 예방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환자들이 치료할 전문 병원도 많지 않아 정부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는 10대 섭식장애 예방과 치료를 위해 제도적 대책을 마련했다. 영국 정부는 2014년 12월 향후 5년간 약 1억5000만파운드(약 2430억원)를 청소년 섭식장애 치료에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은 아이들 보건교육 차원에서 섭식장애 교육이 진행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섭식장애를 “최근 50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선진국형 질환”이라며 “가장 우선순위로 처리해야 하는 소아청소년 질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교과 및 보건수업에서 영양교육을 하지만 섭식장애만 따로 교육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화 양성평등교육원 교수는 “(여성 청소년은) 몸매를 평가받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자각이 부족한 상태”라며 “어렸을 때부터 주입된 외모 강박을 벗어나 건강을 보장해줄 사회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