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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 무료배송의 비결은?

추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0:11

수정 2018.03.22 10:11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외국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고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해외직접구매(일명 ‘직구’). 한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저변이 넓어졌다.

2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구 거래액은 2조2436억원으로 2016년 1조9079억원에 비해 17.6% 늘어났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유통업체를 통해 미국, 유럽등 해외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중국 직구의 매력은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이라는게 소비자들의 일관적인 평가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뱅굿 등 중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료배송 서비스는 중국을 통한 해외직구 확산의 비결로 평가되고 있다. 단돈 몇 천 원짜리 상품이라도 중국에서 한국의 내 집 앞까지 무료로 전달해 주는 것. 국내 택배 가격도 2500원은 받는데 해외배송이 어떻게 무료일 수 있을까?
해외 직구 무료배송의 비결은?
◼만국우편연합에 대한 오해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은 국제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UN 산하 기구다.
UPU에 가입한 회원국들은 협약에 의거 국가 간 우편 업무를 지원할 의무가 생긴다.

이를 해외 직구 물품에 적용해 보면, 배송 시 우편요금은 발송지 국가가 받지만, 도착지 국가는 요금에 상관없이 이 우편물을 최대한 잘 배송해야 한다.

해외 직구 무료배송의 비결은?

중국 인터넷쇼핑몰의 무료 배송은 이러한 국제협약의 맹점을 이용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혼란이 생겼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만국우편연합의 규정과 해외 직구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만국우편연합의 협약이 국가 간 우편 업무를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측이 무료로 배송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도착지 국가가 부담한 배송비는 나중에 만국우편연합에서 ‘상대국 취급비’라는 이름으로 보전해 준다. 이 상대국 취급비는 우편발전지수(PDI)에 따라 결정된다. 국가별 우편배송체계와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해 만든 비교 지표로 이 우편발전지수에 따라 차등 보전한다.

우정사업본부 국제사업과 김덕희 사무관은 “상대적으로 우편요금이 높은 선진국의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요금차로 중국 쇼핑몰들의 무료 배송 정책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료 배송은 중국 물류시장 특성, 그리고 해당 쇼핑몰 자체의 배송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고 강조했다.

즉, 중국 쇼핑몰들의 무료 배송 정책은 자체 프로모션이 주된 원인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면 3달러짜리 무료 배송 제품의 경우 실가격 2달러, 배송료 1달러가 포함된 가격이라는 것. 그렇다면 다른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중국정부의 우정사업 지원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우정사업 지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 공기업 특성을 고려할 때 국내외 상거래 활성화와 수출기업을 독려하기 위해 우편요금 조정, 세제 혜택 등 여러 지원책을 펼친다는 것.

그러나 중국 우정국의 경쟁력도 한계는 있다. 중국처럼 넓은 지역에서 대량의 우편물을 수집, 분류, 배송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김덕희 사무관은 “중국 내 우편요금도 시내 요금은 저렴하지만, 시외 요금은 175g 이하 기준으로 한국보다 400원가량 더 비싸다. 막대한 물량 외 중국 우편 서비스의 경쟁력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중국우정의 배송차량 [사진=위키미디어]
중국우정의 배송차량 [사진=위키미디어]

◼ 중국 물류 시장의 규모 경제, 무한 경쟁
중국의 엄청난 배송 물량과 물류업체들 간의 경쟁이 대량 배송 비용이 크게 절감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내 등록된 물류전문업체만 150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중국 내에서 상품을 집하하고 해외로 보내는 비용이 대폭 낮아졌다.

우정국이나 DHL, FedEx 같은 특송업체와 달리 이들 물류대행업체는 현지에 최적화된 배송 체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알리바바와 거래하고 있다는 중국 현지 물류대행업체 아이씨비(ICB)측 관계자는 "저가 다량 물품의 경우 배송 추적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나 단순화하고 배송 속도보다 물량에 따른 단가 인하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편다"고 설명했다.

요금이 싼 대신 배송속도는 느리다.
주문에서 상품 수취까지 평균 2주 이상 걸린다. 심지어 수개월 간 기다린 사례도 있다.
비용과 시간을 서로 교환한 셈. 정확히 말하면 상품 가격에 배송비가 포함돼 있고 오래 걸리는 배송기간을 싼 배송비와 바꾸는 셈이다.

chu@fnnews.com 추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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