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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관세.한미FTA 일괄타결] 트럼프 관세폭탄, 한국이 제일 먼저 ‘면제’ 성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6 17:29

수정 2018.03.26 21:04

‘명분.실리’ 주고받은 한.미, 통상마찰 출구전략 통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관세' 일괄 타결을 놓고 단순 손익계산은 어렵다. 우리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대미 통상마찰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했고, 미국은 '자동차 무역적자 해소'라는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 "선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FTA 개정은 착수 3개월여 만의 합의였고, '철강관세 최종 면제'는 협상국가 중 처음이다. 애초에 '평평한 운동장'에서 겨룬 협상이 아닌 만큼 이번 일괄 타결은 우리 측의 유효한 '출구전략'인 셈이다.

26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FTA-철강관세' 일괄 타결 결과에 대해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의 74%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었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 이슈에 집중했는데, 미국의 한국시장 접근 요구를 일부 반영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철강 지키고 자동차시장 열어

'FTA-철강관세' 일괄 타결 내용의 골자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부과 20년 연장 △한국 안전기준 미충족 미국산 자동차 수입쿼터 확대(업체별 연간 2만5000대→5만대) △미국 무역구제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의무장치 마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불합리조항 개정 △철강관세 면제, 그 대신 대미 수출물량 70% 쿼터 적용 등이다.

이 가운데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기준 미충족' 수입쿼터 확대는 미국 브랜드뿐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유럽.일본 브랜드도 적용받는다. 자동차업계의 내수시장 위축 우려와 달리, 우리 정부는 "지난해 미국업체별 수입은 1만대도 안됐다"며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철강관세 25%는 면하게 됐다. 그 대신 수출쿼터를 지난해 기준 74% 확보했다. 수출을 30% 정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유정용 강관은 수출(지난해 203만t)을 절반 줄여야 한다. 김 본부장은 "철강관세 면제 합의에 세 가지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면제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점 △대미 철강수출 3위(2017년 362만t), 중국 수입물량이 가장 많은(1153만t) 불리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라는 점 △대미 철강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개가 넘는 철강 수출국 입장에서 볼 때 (철강관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관세가 25%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계속 남아 있으면 쪽박 차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마찰 재발 방지' 중요

대미 통상마찰의 급한 불은 껐다. 우리는 쫓기는 입장이었고, 대응도 쉽지 않았다. 불리한 상황을 단기간에 해소했다는 점에선 우리의 '출구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김 본부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 대미 통상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무역구제는 기업 대 기업 영역이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FTA 개정 타결 이후) 리스크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믿고는 싶지만, 실제 그런지를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철강 이외의 품목에서 FTA 교역국 간 통상마찰 해소를 담보하는 장치가 중요하다. 미국이 올 1월 착수한 반도체 시장 침해 조사를 비롯,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적 반덤핑관세 조치 등 여러 건의 추가 압박도 예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종 협정문 합의까지 협정 상대국에 대한 무역구제조치 안전장치를 구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수입규제 관련 절차 투명성 문제에 대해선 양국이 실무협의를 추가로 할 계획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 개정 협정문에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구제 조치와 '불리한 가용정보(AFA)' 등 미국의 반덤핑 조사기법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실익을 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