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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북한 수학여행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1 17:05

수정 2018.04.01 17:05

남북대화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최근 정부에 남쪽 수학여행단의 방북을 허용해 달라는 이색 제안을 했다. "학생들이 금강산과 개성, 백두산 등 북한 명소를 찾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통일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다. 정부가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시할 때까지만 해도 3선 도전에 나선 장휘국 교육감의 선거공약 아이디어쯤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광주지부까지 29일 이를 위한 국민청원을 예고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그러나 광주교육청의 제안서를 접수한 정부는 "현재로서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백태현 통일부 대변인)고 밝혔다. 남북 교류에 관한 한 전향적인 문재인정부로서도 북핵 문제 해결 등 선결조건이 충족되기 전엔 성사되기 어렵다는 인식인 셈이다.
일반 국민이 대상인 금강산관광도 2008년 박왕자씨가 피살되면서 중단됐다. 금강산관광 재개든, 수학여행 허용이든 북핵 국제공조와도 배치될 소지도 크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벌크캐시(대량 현금) 이동을 통한 핵개발 자금조달과 물품거래와 관련된 네트워크 차단'을 규정하고 있어서다.

그런 맥락에서 통독 전 서독의 '작은 발걸음 정책'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서독은 우리의 개성공단과 같은 동독과의 대규모 경협은 자제했다. 그 대신 월등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서독을 방문하는 동독인들에게 화폐통합 직전까지 100마르크씩 지급했다. 동독 학생들의 수학여행비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북한 수학여행을 청원하는 측에선 '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북한 학생들과 자유로이 만나는 게 아니라 제한된 산천만 둘러보고 오는 식이라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런 '철조망 관광'보다 남북 학생들의 교차 수학여행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경우 서독이 그랬듯이 북한 학생들을 위해 교류협력기금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게다. 물론 개혁.개방시 세습체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당장 이를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결국 북한행 수학여행 청원도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날 개연성이 농후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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