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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순위 다툼보다 더 흥미로운 '신인왕 경쟁'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2 16:24

수정 2018.04.02 16:24

강백호
강백호

양창섭
양창섭

한동희 사진=연합뉴스
한동희 사진=연합뉴스

1992년 한국시리즈 4차전은 잊을 수 없는 경기다. 그해 10월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와 빙그레(현 한화)가 우승을 위한 결정적 고비에서 맞붙었다. 롯데 선발은 염종석, 빙그레는 정민철이었다.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의 고졸 신인 선발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염종석의 승리. 롯데는 이 경기 승리를 발판으로 1984년에 이어 두번째 한국 프로야구 정상에 올랐다. 롯데는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후 준프레이오프(삼성)와 플레이오프(해태)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염종석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모두 1차전 승리를 거뒀다. 특히 플레이오프서는 1차전과 4차전 승을 따낸데 이어 단판 승부로 변한 5차전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해 부산고를 졸업한 염종석은 17승 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3(1위)으로 신인왕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염종석은 1973년생이다. 만 9세 때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들 가운데 운동깨나 하는 친구들은 너도나도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손에 쥐었다. 그 결과 염종석, 정민철, 박찬호, 박재홍, 손혁, 조성민, 임선동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26년 후. 1999년생들이 태어났다. 그들이 만 9세가 됐을 때 한국 야구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경험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초등학생들 사이에 다시 한 번 야구 붐이 일어났다. 강백호(kt), 곽빈(두산), 박주홍(한화), 양창섭(삼성), 한동희(롯데) 등 2018 프로야구 시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인들이 그 무렵 야구를 시작했다.

안우진(넥센), 김영준, 성동현(이상 LG), 박신지(두산), 이승헌(롯데) 등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형 유망주들도 조만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특히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던진 안우진의 등판은 또 한번 화제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 후배 폭행 사건으로 50경기 출장 정지를 당한 상태다.

강백호는 지난해 홈런왕 최정과 함께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어떻게 이 선수를 고졸 신인 타자라고 믿을 수 있을까. 타석에 선 모습은 10년은 더 성숙해 보인다. 강백호가 때린 4개의 홈런 대부분은 헥터, 린드블럼, 장원준 등 일급 투수들에게 뺏어낸 것이다. 지난달 31일엔 좌투수 장원준의 슬라이더를 두들겨 홈런을 뽑아냈다. 왼손 타자가 공략하기엔 가장 까다로운 구질이다.

양창섭은 지난달 28일 KIA 타선을 상대로 선발 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낚아챘다. 역대 6번째 고졸 투수 데뷔전 승리였다. 삼성은 2연패 중이었고, 특히 전날 17-0의 패배를 감안하면 더욱 값진 승리다.

한동희는 1일 7연패에 빠진 롯데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자신보다 고교(경남고) 17년 선배인 이대호가 관중으로부터 오물세례를 받던 최악의 분위기. 한동희는 1-2로 뒤진 8회 말 동점 3루타를 터트렸다. 결국 롯데는 NC에 3-2로 역전승했다.
이번 봄 야구팬들은 행복한 상상을 한다. 올 가을 누가 신인왕을 차지할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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