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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실력있는 애널리스트가 매도의견 낼수있다"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2 17:24

수정 2018.04.02 17:24

16년간 리서치센터장 자리 지켜.. 증권가 ‘닥터둠’이란 별명에 대해 "덜 긍정적일 뿐 부정적인건 아냐"
바이오주 거품논란에 ‘신중’ 조언
[인터뷰]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실력을 키우면 자기만의 확신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가장 편한 건 다수 의견에 붙어가는 것이죠. 하지만 어려운 과정에 도전해야 시장의 다수와는 반대되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습니다."

2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요청하자 거침없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1988년부터 증권가에 발을 들인 이 센터장은 여의도 애널리스트 중 최고참이다. 1983년 현재 방식의 코스피지수가 출범했으니, 국내 증시의 대부분을 함께한 셈이다. 당시 200여명에 불과하던 애널리스트는 현재 2000여명까지 늘어났다.
이 센터장은 그들 중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현장의 가장 앞줄인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종우 센터장은 오랜 경력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현장이 가장 재밌기 때문에 일선에 있으려고 노력했다"면서 리서치센터의 장도 한 명의 애널리스트라고 생각하면서, 내 생각을 꾸준히 인터뷰나 기고를 통해 이야기해오다 보니 리서치센터장으로도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의 또다른 별명은 '닥터 둠'이다. 다른 증권 전문가들에 비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이로 인해 이 센터장의 이야기를 담으면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시장을 어둡게 전망할 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반발심이다.

그는 본인이 '덜 긍정적'일 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전망이 80% 긍정 의견이라면 본인은 60%의 선에 서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긍정 의견이 80%를 넘어서면 중립이 무너진다"며 "'우리가 서있는 자리가 과연 정확한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닥터 둠'이란 별명이 붙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 투자 보고서는 이 센터장이 지적하는 풍토의 가장 좋은 예시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목표가와 실제 주가 간 괴리율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매도 리포트는 전혀 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애널리스트들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식의 정도가 얕으면 판단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매도 의견을 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세 상승기에 (주가가) 떨어진다고 하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실제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가 나간 사람은 많지만, 그 반대 사례는 없는 것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달 증시 전망에도 이 센터장은 주의해야 할 요인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주시해야 할 것은 바이오 업종에 대한 '거품' 논란이란 지적이다. 금융감독원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처리 관행에 대한 감리를 강화할 뜻을 밝히며 일부 종목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바이오 업종에 거품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해외 제약사보다도 3배 넘게 높은데, 그 정도로 성장성이 크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경험에 비춰 봤을때 우리는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기업의 예에서 버블의 끝을 확인한 적이 있다"며 "모두들 합리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돈이 걸리고 탐욕이 작동할 때는 결코 그렇지 않다.
바이오만 그 예외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이달 증시에 대해서는 실적이 지수의 주요 테마가 되며, 반도체의 이익 증가세가 두자릿수를 기록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한 지정학적 변수는 종목별 차별화를 주겠으나 시장 전체의 영향을 끼칠 요소는 아니라고 내다봤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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