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토후 도망.. 지하철 '토튀족'에 몸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7:05

수정 2018.04.03 17:05

하루 평균 31건 신고 접수, 승객들 냄새 때문에 고통
청소 베테랑 미화원들 "몸이 2개라도 모자라"
서울지하철 환경미화원이 전동차에서 취객이 게워낸 토사물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서울지하철 환경미화원이 전동차에서 취객이 게워낸 토사물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지난달 29일 밤 11시께 서울 신촌역은 얼굴이 대춧빛으로 변한 취객으로 가득 했다. 대학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은 20대 여성은 승강장 벤치에 드러누웠다. 친구들이 "얘 완전 뻗었다"라며 웃는 사이 누워있던 여성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음식을 게워냈다. 당황한 친구들은 서둘러 여성을 끌고 지하철에 탔다. 토사물은 그대로 남았다. 상한 닭볶음탕 냄새가 진동했다.
벤치에 앉으려던 승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쓰레기통에 게워내는 사람은 양반"

3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역에 음식을 게워내고 행방을 감추는 '토튀족' 때문에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만취 승객이 열차 내에 토하는 경우가 늘어 서울교통공사도 골머리를 앓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유흥가가 많고 유동인구가 밀집한 곳에 토사물 민원이 많다. 매번 토사물을 치우는 지하철 미화원들은 "화장실 변기 뚫으랴, 토사물 수거하랴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홍대입구역 미화원 장모씨(여.47)는 "주말에는 매일 빈대떡과 피자를 20개는 본다"고 웃었다. 15년 경력의 청소 베테랑이지만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토사물이 역겨울 때도 있다. 그는 "승강장 비상 사다리나 소화기 같은 시설물에 게워내면 청소가 더 어렵다"며 "차라리 쓰레기통에 토하는 사람은 업어주고 싶은 심경"이라고 전했다.

지하철 청소를 담당하는 서울메트로환경 노구영 팀장은 "토사물로 역이 범벅이 되면 그야말로 아오지탄광"이라며 "토사물은 빨리 처리해야 해 민원이 많은 날에는 정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열차내 구토, 하루 '31건' 꼴

지하철 안에서 게워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서울교통공사 '열차내 토사물 신고 민원현황'에 따르면 2016년 1만619건이던 것이 지난해 1만1596건으로 9% 늘었다. 하루로 치면 31개의 '빈대떡'이 지하철 안에 쏟아지는 셈이다. 1-8호선 중 2호선(4906건)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했다.

토사물 민원은 역무실 또는 교통공사 고객센터 등에 접수된다. 역무실에서 방송으로 토사물 위치를 알려준다. 미화원이 승강장에 대기하다 지하철에 올라 치운다. 미화원은 휴지로 치우고 손 걸레질을 한다. 토사물이 많을 경우 마포걸레로 마무리한다. 냄새가 남지 않도록 꼼꼼히 닦아야해 번거롭다.

홍대입구역 미화원 송모씨(여.61)는 "부역장이 열차를 잡아주면 얼른 토사물을 치우고 내린다"며 "승객이 많은 경우 달리는 열차 안에서 청소한다. 토사물을 치우느라 2정거장이나 지나 내릴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취객은 자신의 토사물을 직접 치우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그냥 자리를 뜬다. 현실적으로 제재가 어렵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토사물을 포함, 지하철에서 공중도덕에 대한 안내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다른 승객을 위해서라도 자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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