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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훈풍 부작용?..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 긴장

北 리스크가 지탱하던 환율, 남북관계 개선에 하방 압력
1054.2원 年저점 또 무너져.. 美 환율조작 금지 요구 악재, 저물가에 통화정책도 부담
남북 훈풍 부작용?..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 긴장

원.달러 환율이 강한 하방(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남북 관계 개선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영향이다. 또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환율조작 금지'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원화 강세가 장기화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다. 당장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악화되고 환차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한국은행도 원화 강세가 물가상승을 억제할 경우 통화정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원화 강세 장기화 관측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2.4원 내린 1054.2원으로 마감했다. 3년5개월 만에 최저였던 전날 종가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연 저점이 또 깨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반등을 하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일각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만 놓고 보면 1050원 수준으로 전망한다"며 "2.4~3.4분기에 걸쳐 본다면 1000원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도 원화는 약세를 보여왔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화 가치를 억눌러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남측 공연단의 평양 공연과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약화됐고 원화 강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환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외환당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도 환율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다. 미국 재무부는 이달 중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은 환율조작국 3가지 요건 중 2개에 해당하는 관찰대상국이다.

■수출.통화정책, 부작용 우려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우리 수출기업에는 적신호가 켜진다. 떨어진 환율만큼 수출가격을 올릴 수 없어 수익이 줄어들어서다. 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환차손 피해도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수출은 0.51% 줄어든다. 산업별로는 기계 0.76%, 정보기술(IT) 0.57%, 자동차 0.40% 등이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환율변동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수출단가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물량도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장기적 원화 강세는 수출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출도 문제지만 한은 통화정책에도 고민이 커진다. 원화 강세가 부른 저물가는 통화정책에 부담이 된다.

지난달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낮은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지난 1월 1.0%, 2월 1.4%, 3월 1.3%에 그치는 등 목표치(2%)에 미달하고 있다. 원화 강세 상황이 장기화되면 수입물가는 더 떨어지고 소비자물가까지도 끌어내리게 된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금리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 금리를 올릴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가 물가상승률을 제약하는 부분이 되고 있다. 물가가 낮으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우리나라가 따라 올리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물가가 낮다는 점에서 상반기 중 금리인상은 (한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