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심장이식 5년 만에 기적적 득남.. 조산 위험 이겨내고 꽃피운 모정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7:25

수정 2018.04.03 17:25

서울아산병원 국내 첫 성공
심장이식 환자인 이은진씨가 국내에서 첫 출산을 한 후 아기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심장이식 환자인 이은진씨가 국내에서 첫 출산을 한 후 아기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임신이 어려운 심장이식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본인 및 가족의 의지와 병원의 철저한 건강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서울아산병원은 산모 이은진씨(37)가 지난 1월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한 2.98㎏ 남자아이를 출산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씨의 출산은 국내 심장이식 환자 중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소식은 있었다. 하지만 흉곽장기인 심장이나 폐 이식 후 임신을 하는 경우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 등으로 실제 출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씨는 임신 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 콩팥이나 간 기능,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 가능 여부를 결정했다. 또 임신기간 중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출산을 통해 확인됐다.

이씨는 10년 전 지역병원에서 심장근육의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돼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심장이식 수술 후 헬스 등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으며 2016년 결혼 후 임신을 계획했다. 남편과 시댁은 임신 후 이씨의 건강을 염려해 만류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은진씨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같은 심장이식 환자인 친정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도 임신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임신 후에도 자주 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이식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했다. 다행히 임신 중 체중 및 약물 조절이 잘 됐고 건강에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올해 1월 출산을 앞두고 마취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술력이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다.

하지만 전신마취를 하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씨의 심장질환 관리를 꾸준히 맡아온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가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하자고 마취과를 설득했다. 첫 출산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라는 배려였다.

지난 1월 9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집도로 2.98㎏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분만실에서 아이의 얼굴을 본 이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성인 심장이식의 증가와 소아 심장이식 후 생존율 향상에 따라 심장이식을 받은 가임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업무를 시작한 2000년 이후 현재(2018년 3월 30일)까지 1391건의 심장이식이 있었다. 이들 심장이식 수혜자의 32%가 여성이었다.
또 여성 수혜자들 중 대략 3분의 1이 가임기 여성이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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