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5회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개최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4 09:08

수정 2018.04.04 09:08

이시선 82labs 대표가 지난 3일 열린 ‘제5회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시선 82labs 대표가 지난 3일 열린 ‘제5회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 캐나다교포로 실리콘밸리 테슬라 본사에서 일하던 이시선 82Labs 대표는 숙추음료제 인기에 놀랐다. 수십 년만에 처음 한국에 놀러왓던 이 대표는 미국보다 주류 시장 규모가 훨씬 작은 한국에서 숙취음료제가 잘 팔리는 걸 보고 영감을 얻었다. 시험 삼아 샘플음료를 만들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아예 테슬라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그는 “순전히 호기심에서 숙취효과가 있는 헛개와 관련된 논문도 찾아보고, 그 논문을 쓴 의대 교수님에게 연락도 하다가 재미삼아 시작한 프로젝트가 창업으로 이어졌다"며 “효능을 시험하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내 건강에 위기가 오기도 했지만 즐겁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창업 혹은 취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와 구직자,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기업의 고민을 경험담으로 풀어가는 ‘제5회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이 지난 3일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지난 2014년 시작해 다섯번째인 이 행사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했다. 올해 컨퍼런스는 ‘나의 성장, 스타트업의 혁신,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본 행사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9명이 연사로 나서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와 커리어 개발 노하우를 전했다. 이날은 약 3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실리콘밸리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드러냈다.

첫 번째 세션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 테슬라에서 근무하고 숙취해소제로 창업한 이시선 82Labs 대표, 실리콘밸리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사용하는 채용인터뷰 자동화 솔루션을 만든 재스퍼 손 굿타임 공동창업자, CES2018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뇌졸중 환자를 위한 게임화된 재활 훈련 기기인 라파엘을 만드는 네오팩트 반호영 대표가 생생한 실리콘밸리 창업 경험담을 전했다.

두 번째 세션은 '우리가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하는 법'을 주제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세 명의 연사가 커리어 개발 경험을 공유했다. 국내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 국회사무처와 기획재정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스탠포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이후 정보기술(IT) 기업을 거쳐 실내공기측정 IoT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어웨어에 합류한 백산 전략.운영 총괄은 토종한국인으로서 실리콘밸리에서 각광받는 엔지니어가 아니면서도 커리어를 쌓아간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백산 총괄은 “물론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소위 ‘대박'이 나면 좋지만 세상을 어떻게 변하게 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 이곳에서 일하는 의미다"라며 “한국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정책을 기획했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크고 작은 모든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 보람차다"고 했다.

국내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문득 디자인을 공부하려 샌프란시스코로 떠나 보잉기를 디자인하는 티그(Teague)와 자동차회사 혼다를 거친 김누리 우버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경험담 또한 화제가 됐다. 김누리 디자이너는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설령 짧은 기간이어도, 제일 가고싶은 회사가 아니어도 그 분야에 우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떻게든 기회를 얻어 직접 들어가서 일해보면 생각지 못한 부분을 배우고 자신의 색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리움(Xerium), 이베이, 인텔 등 여러 기업을 거치고 창업 경험도 가진 박기상 링크드인 시니어 엔지니어는 “이 시대에 맞는 인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는 ‘카멜레온'같은 존재다”라며 “마이너리그여도 좋으니 다양한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고, 본업 외에도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세션인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는 실리콘밸리만의 독특한 문화는 물론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 혹은 선입견에 대한 가감없는 이야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프로 소속으로 디지털노마드로 일하고 있는 서준용 엔지니어, '실리콘밸리 스토리' 저자 황장석 씨와 김형진 우버 시니어 엔지니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이 각자의 관점으로 본 실리콘밸리를 설명했다.

머신러닝 전문가로 우버에 재직 중인 김형진 시니어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에게 돈과 복지, 소위 말하는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Work & Life Balance) 모두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임팩트를 만든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형진 엔지니어는 “우버에서 많은 최적화를 통해 총 주행거리를 줄였고, 이를 통해 연료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약했다"며 “우버의 모든 운행 예상 도착시간을 1분씩 절감하면 총 9512년, 100세 시대 기준 95명의 인생의 시간을 절약하는 셈이고, 내가 하는 일이 이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할 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임정욱 센터장은 "이번에도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의 치열한 창업도전기, 커리어 조언을 통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이런 이야기가 한국의 창업생태계에도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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