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전문+외국어+골프장 경영, 3박자 갖춘 인물로 CEO 낙점
2015년 프레지던츠컵 진두지휘..세계적 골프 레전드들 호평 얻어
회원제 강화로 매출도 20% 껑충..올해 LPGA UL인터내셔널 유치
아침 6시 걸어서 코스 점검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진정한 경영자
2015년 프레지던츠컵 진두지휘..세계적 골프 레전드들 호평 얻어
회원제 강화로 매출도 20% 껑충..올해 LPGA UL인터내셔널 유치
아침 6시 걸어서 코스 점검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진정한 경영자
【 송도(인천)=정대균 골프전문기자】"내 이름에 걸맞는 코스 상태를 유지해 줘 정말 고맙다."
2015 프레지던츠컵을 성공리에 마친 뒤 코스 설계자인 잭 니클라우스는 전 세계에 몇 안되는 자신의 시그니처 골프장인 잭 니클라우스GC 코리아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빅 이벤트인데도 전체적으로 오퍼레이션이 아주 매끄러웠다"고 당시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대회 기간 내내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칭찬 릴레이에 동참했다고 한다. 미국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제이 하스 단장과 패장이었던 세계연합팀 닉 프라이스 단장도 "PGA투어 토너먼트 코스 이상으로 코스 퀄리티가 좋았다"며 출전 선수들을 대표해 골프장 측에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2015년 10월 아시아 최초로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GC에서 열렸던 프레지던츠컵은 숱한 화제를 남기고 세계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아직도 국내 골프팬들의 기억 속에 긴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PGA투어와 대행사인 IMG, 그리고 골프장이 '원팀'으로 움직여 이뤄낸 결과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골프장의 역할은 국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다시 말해 제아무리 빼어난 코스 레이아웃일지라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대회를 앞두고 니클라우스의 명성에 걸맞는 관리자가 필요했다. 걱정이 태산 같던 때 마치 '수호천사'처럼 등장한 인물이 이준희 대표(50)다. 이 대표는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실시한 공모를 거쳐 2014년 6월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다. 치열했던 경쟁률을 뚫고 그가 적임자로 낙점된 것은 이 대표의 화려한 이력 때문이었다.
잭 니클라우스GC 모기업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CEO 공모 당시 잔디 전문가, 외국어 능통자, 그리고 골프장 경영 유경험자에 방점을 찍었다. 한마디로 프레지던츠컵에 특화된 인물을 찾았던 것. 이 대표는 국내 골프장 CEO 중에서 드물게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고려대 원예과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캔사스주립대에서 석사(골프코스매니지먼트), 플로리다대에서 박사학위(잔디생리학)를 받았다.
2006년 국내로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전세계 100여곳의 골프장을 위탁경영 및 관리를 하는 IGM(International Golf Maintenance) 플로리다 지역 매니저로 활동하며 7개 골프장 관리를 맡은 경험도 있다. 잭 니클라우스GC에 부임하기 전에는 전남 함평 다이너스티CC, 순천 파인힐스CC, 그리고 해비치 서울CC 등 국내 골프장 CEO를 역임했다.
돌이켜 보면 잭 니클라우스GC 입장에선 이 대표의 영입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시쳇말로 죽을 듯이 일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니클라우스 등 이른바 '골프 레전드'들의 평가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프레지던츠컵이 끝나는 날 저녁에 점검차 혼자 코스에 나갔는데 속절없이 눈물이 흐르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마도 그만큼 열정을 쏟아부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최고의 골프장을 향한 그의 집념과 실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마스터스 출전권이 주어지는 아시아-퍼시픽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성공리에 개최했고, 미국프로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작년에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더 플레이어스를 참관한데 이어 최고의 대회인 디오픈 대회 준비과정을 현장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런 일련의 과정은 오롯이 잭 니클라우스GC의 진화에 반영돼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의해 '2018 세계 100대 골프코스'에 선정되는 성과를 낳았다.
이 대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이 아시아-퍼시픽 아마추어 챔피언십 유치라고 한다. 이 대회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공동 주관으로 열린다. 그는 "이 대회를 유치한 이후 디오픈과 마스터스 개최 코스를 방문해 준비과정을 직접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대회 관람도 관람이지만 개막 열흘 전부터 준비과정을 지켜 보면서 그 철저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생각하는 잭 니클라우스GC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없이 '샷밸류'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코스가 질리지 않는데다 전장 또한 만만치 않아 라운드를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들게 하는 코스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 대표가 부임하면서 회원 추천제를 없애는 등 프라이빗을 더욱 강화시켜 철저한 회원제 골프장으로 거듭났다는 것도 이 골프장이 갖는 가치다. 퀄리티를 높인 뒤 회원 동반시에만 비회원 출입을 허용하자 부임 전 17%나 됐던 비회원 내장율이 뚝 떨어졌다.
회원들의 반응이 좋아진 것은 물론 매출도 20%가량 신장됐다. 이 대표 부임 전 답보 상태였던 회원권 분양도 2014년 겨울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해 80구좌가 추가로 분양되면서 목표치인 총 250구좌 분양을 완료했다. 뿐만 아니다. 전체적으로 회원권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반환된 회원권을 분양가보다 1억원이 오른 10억3000만원에 재분양하고 있는데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이 대표에게는 올해 실현해야 할 목표가 하나 있다. 오는 10월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L인터내셔널 크라운을 성공리에 마치는 것이다. 이 대회는 프레지던츠컵과 달리 잭 니클라우스GC측이 독자적으로 코스를 관리해야 한다. 그는 "LPGA투어가 독자적 코스 관리에 전폭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마도 프레지던츠컵 때보다는 코스 퀄리티가 더 좋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아침 6시까지 골프장에 출근해 걸어서 코스를 점검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어떤 골프장 CEO로 남고 싶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전 세계 골프업계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골프장 운영을 좀 더 개방적, 비지니스적으로 개선하고 IT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 골프 문화를 먼저 바꾸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그려나갈 그림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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