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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4.27선언]文대통령 "남북미 3자회담 제의", 金위원장 "핵실험장 공개 폐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6:40

수정 2018.04.29 16:4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5월 중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파악되는 '북부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전세계에 생중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비핵화 내지는 핵동결 조치를 드러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으로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 것을 공식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향후 3~4주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구상을 밝히며 '속도전'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남·북·미의 계산이 빨라지고 있다.

金위원장, 북부 핵실험장 공개 폐쇄 구상 밝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5월 중 북부 핵실험장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목도할 한국과 미국 전문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할 것이란 점도 언급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실험장이 어디인지 정확히 제시하진 않았으나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며 두 정상은 핵실험장 폐쇄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 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윤 수석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조치를 놓고 전문가들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과 과거 10년전 '냉각탑 폭파' 이벤트를 연상케한다는 엇갈린 시각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건 여전히 '이벤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 시설 폐쇄 및 갱도 공개는 북한 비핵화 단계를 최종 100으로 놓고 볼 때 20~30까지 진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며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봤다. 반면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과거 10년전 냉각탑 폭파를 떠올리게 된다"며 "핵·미사일 폐기가 아닌 쓸모가 없어진 핵실험장 폐쇄만으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6월27일 북한은 미국 CNN·한국의 문화방송 등 6자회담 참가국 취재진들을 초대,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이벤트를 연 바 있다. 당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절차에 착수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현재 30분 차이가 나는 남북한간 시간에 대해 "북한의 표준시각을 서울의 표준시에 맞추겠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북한은 동경시를 표준시로 따르고 있는 한국보다 30분 늦다.

■文대통령 남·북·미 3자 회담 제의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75분간 전화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등에 의견을 주고 받으며
종전선언 및 비핵화와 관련한 남·북·미 3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간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3자 회담 제의 구상을 밝힌 바는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한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회담'격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발판삼아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비핵화 및 평화협정 체결에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남북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며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종전선언 합의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남·북·미 회담 제의엔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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