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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세무사 vs. 변호사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6:42

수정 2018.04.29 16:42

지난해 12월 8일은 세무사들에게 기념비적인 날이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변호사들을 상대로 법 개정운동에 나선 지 20여년 만에 그리고 법 개정안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지 15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1961년 제정된 세무사법은 변호사, 계리사(공인회계사), 상법.재정학 석.박사 학위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도록 했다. 당시 정부는 경제개발에 나서면서 건전한 납세풍토를 만들기 위해 세무사 양성이 시급했다.
임시조치적 성격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이후 변호사들의 기득권으로 굳어진다. 몇 차례 법 개정으로 타 직업군은 모두 금지됐지만 변호사만 특혜를 계속 누렸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세무사들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국세무사회가 앞장을 섰다. 회장 선거 때마다 세무사법 개정 공약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2003년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법사위 문턱을 넘는 데 15년이 걸렸다. 법사위가 제때 심의조차 하지 않아 회기 종료로 세 차례나 자동폐기됐다. 이해 당사자의 한 축인 변호사들이 다수 포진한 법사위에 심의를 맡기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성과여서 세무사들의 기쁨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세무사.변호사 간 오랜 직역 다툼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6일 변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세무사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등록할 수 있게 하고(6조), 등록한 사람만 세무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한 조항(20조)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말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합법적으로 자격을 얻은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과 개업을 막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우월적 기득권을 인정해선 안 된다.
그러나 적법하게 얻은 기득권은 법과 사회의 안정을 위해 보호해야 한다. 국회와 헌재가 내린 서로 다른 결정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엇갈리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은 영원한 숙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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