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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新경제시대] 北경제개발에 세계은행 참여..‘남북경협 프레임’ 확 바꾼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7:21

수정 2018.04.29 17:21

다자개발은행 앞세워 ‘국제화’ 모색하는 정부
워싱턴 갔던 김동연 부총리.. 김용 총재와 북한개발 논의
ADB 등 국제기구 동참땐 국내 ‘퍼주기논란’도 잠재워
다만, 유엔 대북제재 진행형..칼자루는 북.미회담이 잡아
[한반도 新경제시대] 北경제개발에 세계은행 참여..‘남북경협 프레임’ 확 바꾼다

정부가 '4.27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남북경협 국제화를 모색한다.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를 앞세운다.

이들 국제기구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영향력 아래 있어 남북경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개성공단의 갑작스러운 폐쇄 전례에서 확인됐듯 한국만의 독자 대북경협은 정치·군사 변수에 노출돼 있어 안정성이 떨어진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란 최종 단계가 남아있어 경협 확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진행형이다.
정부가 '신(新)경협시대'를 열기 위한 최선의 카드 중 하나로 다자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와 협력을 추진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 이미 다자개발은행과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개발국가 개발 경험이 많은 WB 등 다자개발은행의 남북경협 프로그램 참여는 남북경협 규모를 한층 키울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경제개발 노하우를 받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등장할 수 있다. 한국은 재정부담을 덜면서 '퍼주기'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29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김용 WB 총재와 면담하고 북한 개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남북경협과 관련, "워싱턴에서 논의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WB 한국사무소가 아시아 지역 사업 수행 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김 총재의 관심을 당부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달 중국 베이징을 방문, 진리췬 AIIB 총재를 면담하고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 철도연결, 가스관 연결 등 남북한 사업에 대한 AIIB의 참여 가능성을 문의했다. 진리췬 총재는 북한이 AIIB 비회원국이지만 이사회 승인을 거쳐 금융지원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예전부터 남북 경제협력이 정치적 이유로 중단을 반복하자 협력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자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국제기구를 앞세워 북한과 경제협력에 나서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게 개성공단이다. 3단계에 걸쳐 해외기업을 유치해 동북아 거점 생산기지로 개발하려 했지만 1단계 개발에서 멈췄다. 북한의 핵실험, 천안함 사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등과 같은 정치적 요인들로 남북경협은 시행과 중단을 반복했다.

이유진 KDB산업은행 통일사업부 연구위원은 "정부는 앞으로 지속성이 있는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런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다자가 참여하면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사업을 책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경협의 주도권 문제도 크게 우려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다자개발은행을 앞세워도 한국에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 대부분 있어 이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자개발은행에 북한 전문가들이 없어 이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이런 방식이 경제개발에 도움이 된다. 북한은 수십년 전부터 ADB에 가입하려고 노력해 왔다. AIIB가 출범할 때 역시 가입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이 WB, ADB 등의 지원을 받으려면 자동적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경제부문에서 국제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5년 전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나진.선봉(나선), 개성, 금강산, 신의주 등 기존 중앙경제특구 외에 10여개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추가로 신설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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