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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사를 활용한 스위스 도시 관광지 스토리텔링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5 08:00

수정 2018.05.05 08:00

스위스 취리히
스위스 취리히

스위스정부관광청은 ‘다시, 자연의 품으로’라는 테마에 맞게 스위스 자연의 품에서 특별한 체험을 하며 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체험거리 700가지 이상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모든 체험을 가능하게 해 주는 지역 토박이들의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우리나라 관광업계에서도 관광지나 특산품, 향토 음식을 소개하는 데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한지는 오래 됐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관광 상품의 차별화 및 가치 발견을 위해 스토리를 가미함으로써 상품 자체 보다도, 감동이 있는 개인적인 연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스토리텔링은 관광지의 자원, 지역주민, 관광객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가치체험으로 생태관광이나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감성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관광 마케팅 기법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인적 자원(휴먼웨어)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고자 하는 노력이 특히 돋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의 역사와 삶을 함께한 명사를 고품격 이야기꾼으로 발굴 및 육성해 명사의 생생한 ‘인상담’과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해 지역의 여행상품을 고급화 하기 위한 ‘지역명사 문화여행 프로그램’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스위스에서는 대표 도시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만한 특색있는 명사들을 발굴해 관광객들이 도시에서의 휴가를 신선한 각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재무 상담사에서 트렌디한 베이커로, 취리히

세리 바다는 그의 바게뜨와 크로와상으로 취리히를 미식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세리 바다는 자정 직전 ‘레 알’에 있는 가게 문을 연다. 트렌디한 취리히 웨스트 구역에 위치한 숍은 취리히 시민들이 파스타나 와인을 사러 오는 곳으로, 밤이 되면 그의 왕국으로 변한다. 현대적인 오븐이 설치되어 있고, 식객들이 마지막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만들어 내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에게는 그럴 새가 없다.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죽을 대하는 그의 날렵한 손이 부드럽기 그지 없다. “반죽은 살아있죠. 그래서 반죽에게 잘해 줍니다. 그러면 반죽은 고맙다고 말하듯, 맛있는 바게뜨로 변신하죠.” 그의 미션은 최고의 바게뜨를 구워내는 것이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아주 단순하다. 물, 이스트, 소금, 밀가루. 거기에 인내심을 더해야 한다. 반죽에게 36시간을 허락하는 이유다. 이렇게 하면 바게뜨는 수분을 촉촉히 품고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한 때 45세의 세리 바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3년 전만해도 그는 스트레스 가득한 재무 상담사였다. 그 업무는 그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했다고, 새로운 반죽을 올린 트레를 오븐에 밀어 넣으며 그는 말한다.

그는 베이커들이 거쳐야 하는 수련 기간을 갖지 않았다. 온전히 스스로 배운 케이스다. 일본 혼혈인답게 옆가르마를 탄 그는 완벽주의자다. “이 일을 통해 나는 도시의 일부가 되었죠.” 우연에 맡기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는 제품도 직접 배달한다. 취리히 전역에 펼쳐진 카페로, 구르메 숍으로, 레스토랑으로 말이다.

이로 인해 그는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아름다운 장소들을 보게 된다. 이제 세리 바다는 미식계에서 극히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그의 인생의 변화에 대한 강의도 한다. 그의 마지막 배달은 트리트 캐세 치즈 숍이다. 그리고 비카페에 기대 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프라임 타워를 올려다 본다.

그와 취리히에는 공통점이 많다. 금융 도시였던 취리히가 지금은 미식의 메카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커피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내가 만든 빵을 팔 수 있는 카페 하나를 열까봐요.” 취리히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진정한 직물 아티스트, 마틴 로이톨드의 생갈렌

동부 스위스 출신의 마틴 로이톨드의 인생은 그의 직물 업적으로 형성되었다. 현재 그는 최고의 직물 업체인 야콥 쉬랩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로이톨드의 작지만 전문적인 디자인 팀은 12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매년 1,200 종 이상의 새로운 패브릭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쉬랩퍼는 아방 가르드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이는 혁신적인 재료와 생산 기술 덕분이다.

생갈렌은 지난 800년 동안 직물 생산의 수도 역할을 해온 도시다. 직물 산업 덕분에 생갈렌은 번성했고, 스위스 최초의 은행들이 이 곳에서 설립되었으며, 최초의 미술관과 최초의 축구팀(1879)이 이 곳에 세워졌다.

런던과 밀라노, 파리를 위한 패브릭이 이 곳에서 만들어 진다. 쉬랩퍼는 디올과 아르마니, 샤넬과 라거펠트같은 하이엔드 패션 디자인 브랜드에만 납품한다. 그 결과로 빚어지는 놀라운 오뜨 꾸뛰르 작품들은 미셸 오바마, 엘리자베스 여왕, 니콜 키드만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입고 선보이게 된다.

그에게 자연은 영감의 원천이다. 특히 아티스트끼리의 교류는 로이톨드에게 중요하다. 그가 로이톨드의 친구인 펠릭스 레너가 설립한 지터베르크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는 이유다. 지터베르크는 수 많은 재료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트 라이브러리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만한 곳으로, 과거 직물 염색 공장에 자리해 있다.

국제적인 예술가들을 불러 보으기도 하는데,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이 곳에 재료를 둘러 보고, 마감을 선택하고, 근교의 아트 주조 공장에서 작업을 생산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직접 패브릭을 고르기 위해 생갈렌을 찾는다. 그들이 머무는 동안 로이톨드는 디자이너들에게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이 도시를 구경 시켜 준다.

“직접 패브릭을 보고, 만져보면서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그는 중국의 패션 디자이너 구오 페이가 생갈렌의 대성당, 스티프츠키르흐를 찾았을 때, 이 호화로운 바로크 성당에 크게 감명 받아, 그녀의 전 컬렉션을 여기에 헌정했던 일을 얘기한다. 물론, 로이톨드가 이 컬렉션을 위한 패브릭을 납품했다. 생갈렌은 단순히 직물의 수도가 아닌, 수많은 예술 작업의 근원인 셈이다.

생갈렌에는 직물 박물관이 있다.
역사적인 자수, 레이스 공예, 현대 직물 아트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곳으로, 1만점이 넘는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집트 묘지에서 출토된 직물, 14세기의 역사적인 자수, 유럽의 진귀한 수공 레이스 등이 전시되어 있다.
생갈렌의 자수 산업에 대한 전시도 살펴 볼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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