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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박세진·최충연의 ‘성장통’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30 16:51

수정 2018.04.30 18:36

차세대 에이스 ‘고교 동창’ 올 시즌 출발 산뜻했으나 4월 들어 롤러코스트 활약
난조 딛고 동반성장할까
kt 박세진
kt 박세진
삼성 최충연
삼성 최충연

박세웅(23.롯데)과 박세진(21.kt)은 형제다. 둘 다 경북고를 졸업했다. 당연히 박세웅이 2년 먼저 입학했다. 알려지지 않는 얘기가 하나 있다. 당시 경북고 박상길 감독은 동생 박세진이 탐나 형 박세웅을 스카우트했다. 동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형을 먼저 데려온 것이다.
줄기를 당기면 고구마 뿌리는 저절로 달려온다.

그만큼 중학교(경운중) 시절 박세진은 뛰어난 투수였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1학년 때부터 경기에 출전했다. 선발 박세웅 다음에 구원으로 나서기도 했다. 박세진의 동기생인 최충연(21.삼성)은 아직 투수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다.

2015년 초봄만 해도 삼성의 레이더엔 박세진이 잡혀 있었다. 최충연은 그저 큰 키(1m90)에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만 각인됐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삼성의 관심이 조금씩 최충연에게로 옮겨갔다. 빠른 공에 영점이 잡히자 유망주에서 대어로 평가가 바뀌었다.

이 둘은 나란히 청소년 대표에 뽑혔다. 같은 학교 동기생 가운데 대형 좌.우 투수가 나온 것은 드문 일이다. 이선희-황규봉(당시 경북고)과 박노준-김건우(당시 선린상고.현 선린정보고)를 잇는 황금팔 계보에 이 둘의 이름이 올려졌다.

삼성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삼성에겐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4년 전 이수민(상원고-삼성)과 박세웅(경북고-롯데)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다 이수민을 택했다. 참담한 실패작이었다. 삼성의 결론은 최충연이었다.

먼저 가능성을 보인 쪽은 박세진. 입단 첫해 7경기에 나가 21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은 5.14였다. 반면 최충연은 3경기서 7⅔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12.91. 2년째인 지난해는 최충연의 우세였다. 박세진은 부상으로 거의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 둘의 진짜 승부는 2018년으로 넘겨졌다. 둘 다 초반 스타트가 좋았다. 선발 박세진은 지난 4월 5일 넥센전서 5⅓이닝 1실점의 호투를 보였다. 12일 NC전서는 5⅔이닝 2실점으로 프로 첫 승을 따냈다. kt가 꼬박 1년을 기다려온 보람이 있었다.

불펜 투수 최충연은 초반 7경기서 8이닝 무실점으로 치고 나갔다. 허용한 안타수는 단 4개. 사사구는 1개뿐이었다. 오는 8월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투구였다. 3년 만에 청소년 대표에서 국가대표로 나란히 선발될 가능성도 엿보였다.

하지만 동반성장 기류는 오래가지 못했다. 박세진은 4월 18일 SK전서 4이닝 6실점, 24일 롯데전서 2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급기야 다음날 2군으로 내려갔다. 최충연은 4월 11일 두산전서 1이닝 3실점으로 무실점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4월 28일 LG전서는 1루 땅볼 때 베이스 커버를 제때하지 않는 느슨함을 보였다. 투수에게는 조건반사처럼 반응해야하는 기본이다.
이 둘은 4월 한 달 동안 상과 벌을 두루 받아 보았다. 10월의 최종 성적표는 어떨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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