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노키아와 삼성전자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1 17:00

수정 2018.05.01 17:00

[차장칼럼] 노키아와 삼성전자

과거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한 '난공불락'의 회사였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휴대폰 2대 중 약 1대가 노키아 제품이었다는 얘기다. 노키아는 당시 업계에선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영원히 노키아 체제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노키아 내부까지 번졌다는 것이 패착의 시작이었다. 노키아는 시장점유율에 자만한 나머지 혁신을 멀리했다.
시장은 이미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바뀐 시대를 애써 거부했다. 결국 노키아는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 당하고 말았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사업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 자체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특히 해외에 나갈 때면 더 그렇다.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을 모르는 외국인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5위 밖으로 밀려난 지 한참 지났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도 최근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의 샤오미에 내줬다. 삼성은 중국시장 수성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인도시장에선 수량 면에서 샤오미에 밀렸지만 이익 면에선 비교할 수 없는 1위라고 자신한다.

인도 스마트폰시장은 여전히 저가제품 위주다.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평균가격은 150달러 선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점차 오르고 있다. 1년 전보다 30달러가량 높아졌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인도시장 제패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향후 인도시장의 스마트폰 평균가격이 올라도 기존 시장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나 서유럽 같은 선진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상황이라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인도와 같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시장에서도 한 번 주도권을 놓친 뒤 되돌리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 혁신이 사라졌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삼성을 비롯해 프리미엄 시장의 선두주자인 애플도 놀랄 만한 기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 이상의 혁신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1위 삼성전자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스마트폰은 한국 수출시장을 주도하는 품목 중 하나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대표기업은 삼성전자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그 자리를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지울 수 없다. 이를 위해선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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