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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특허청, 중 업체들 상표등록 급증에 몸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6 16:53

수정 2018.05.06 16:53

중국업체 미 상표등록 신청 현황 단위:천건 자료:미 특허청, 월스트리트저널
중국업체 미 상표등록 신청 현황 단위:천건 자료:미 특허청, 월스트리트저널


중국 업체들의 미국 상표등록이 급증하고 있어 미 특허청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표등록이 급증하면서 심사업무 부담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특허청 관계자들은 특히 중국에서 신청된 상표등록 가운데 상당수가 허위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심사 업무가 가중되면 정상적인 상표등록 심사가 차질을 빚고, 비슷한 이름의 정상적인 상표등록 신청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의 미 상표등록 신청은 2013년 이후 12배 넘게 폭증했다.

2017 회계연도의 경우 중국의 상표등록 신청 건수는 캐나다·독일·영국 업체들이 미 특허청에 신청한 상표등록 건수를 다 합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


미 특허청이 심사하는 상표등록 신청 9건 가운데 1건이 중국에 주소를 둔 업체들의 상표였다.

미 특허청은 중국 업체들의 상표등록이 폭증하는 원인으로 중국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목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가 외국에 상표등록을 하면 수백달러에 상당하는 현금을 지급하면서 외국 상표등록을 장려하고 있어 영세업체들이 앞다퉈 일단 상표등록부터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상표등록을 신청하는 중국 업체나 개인들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부르는 남동부 선전시에 집중돼 있다.

선전시는 미국에 상표를 등록하는 업체나 개인에게 최대 800달러 정도의 위안화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장려금이다.

문제는 이렇게 신청된 중국의 상표등록 가운데 상당수가 제품이 실제로 있는지,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심되는데다 서류를 제출하는 변호사 등 법률대리인들의 자격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중국 업체들은 미 상표등록법의 맹점을 파고든다.

상표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상품이 실제로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사용되고 있어야 하지만 적절한 서류만 제출하면 경쟁업체가 이를 제소하지 않는 이상 이 상품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 거래는 되고 있는 것인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워싱턴DC의 상표등록 전문 변호사 조시 거벤은 이같은 사기성 상표등록은 이름이 비슷한 상표를 제출한 다른 신청자들의 상표등록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사가 지연되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사기성 상표등록이 미 상표등록 시스템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업체들의 미 상표등록이 급증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운영방침이 꼽힌다.

아마존은 미 특허청에 공식 상표등록이 된 제품은 더 눈에 잘 보이게 처리해주고,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도 그 상품들을 위로 올려 놓는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미 상표등록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한편 미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하려면 미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들이 서류제출을 대행해야 하지만 중국에서 신청되는 상표등록 상당수는 이 조건을 위반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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