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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주년]외교.안보 전문가 "앞으로 비핵화 디테일 조율 신경써야"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8 16:02

수정 2018.05.08 16:02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직후부터 거의 단절됐다싶은 외교라인 복구에 최우선적으로 나서며 북한은 물론 주변국 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 끝에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비핵화 운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외교상황은 거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핵기술을 고도화하며 미국과 극한 대립각을 세웠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은 국내 관광수입은 물론 유통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했다. 한일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역사문제로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주변국과의 외교정상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했고 미국과 '전쟁광' '리틀 로켓보이'라는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일촉즉발 상황까지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 '베를린 선언'은 마치 공허한 수사 정도로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끈기있는 노력끝에 외교의 복원 속도는 빨라졌고, 급기야 올해 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이어 역사적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성공적인 4.27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북미대화 성사라는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정치적 이벤트도 주도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도 문 대통령의 끈기있는 설득을 토대로 한 '한반도 비핵화 중재'역할을 주목하면서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공조도 이끌어 냈다.
■전문가 "북미회담 성공해야 운전대론 부각돼"
파이낸셜뉴스는 오는 10일 문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외교·통일 전직 관료들이 보는 현재 상황 및 외교·안보 평가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까지 끌어낸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진검승부'라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문 대통령의 외교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내일모레 1년 계기로 (외교)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일단 남북대화를 먼저하고 북미대화로 연결하는 역할까지는 잘했다. 북미대화 결론이 좋아야 지금까지의 외교정책도 빛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곧바로 찾아간 곳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이었다. 이미 문 대통령은 1년간 2번째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2일 세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하는 바를 읽은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반도 비핵화'를 담은 베를린 구상 발표 및 같은해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제의한다.

그 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호'를 발사하기에 이르지만 문 대통령은 이미 끊어진 남북대화를 재구축하기 위해 계속 북에게 평창올림픽 참가 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은 평창올림픽 참가에 이어 남북정상회담까지 문을 열기 시작했다.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던 한국은 북한과 '핵 없는 한반도'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평화체제를 위한 대장정의 서막을 울렸다. '
전직 외교 관료들은 남북관계를 여기까지 끌어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판문점 선언까지 남북정상회담 가져온 것과,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비핵화 정책을 잘 지탱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평가했으며,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북한이 대화하고 싶다는 점을 잘 포착한 것은 정말 잘했다"고 설명했다.

■사드 등 한중관계 놓치면 안돼
현재 북한과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전직 외교·안보 관료들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감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의 행보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현재 정상회담의 의미보다 비핵화 이행과정을 제대로 조율하면서 가야 하는 숙제가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비핵화 관련 세부적인 협의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호흡을 크게, 길게 가져야 하는 문제라서 현재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의의를 크게 두기보다 앞으로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각수 전 차관도 "핵 검증이 사실 엄청 어렵다. 숨기기도 쉽고 은닉도 쉽다. 여전히 비핵화 이행 부분에서 틀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주변국 관계가 한미관계를 긴밀히 구축하기 위한 지름길이라며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도 놓치면 안된다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일관계가 사실 한미관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데 현 정부가 한일관계를 중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역사 인식 문제도 조금 일본 측과 속터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9일 문 대통령의 방일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진한 부분은 역시 '한중관계'였다. 다들 사드 문제에서 '3불정책(사드 추가 배치 불가·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한미일 3국 군사동맹 비추진)'의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주권 국가로서 미래 안보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3불이라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하는 건 좋지 않은 사례"라고 지적했고, 김성환 전 차관은 "3불 정책 언급 등으로 중국을 너무 맞추다가 이제와서는 '차이나 패싱' 등 중국을 너무 경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판문점 선언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로 돼있다. 북한문제 해결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중국을 배제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 전 장관은 "사드 문제가 조금 아쉽지만 한미 관계가 우리 안보외교의 큰 근간이면서도 중국을 너무 자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일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관계를 잘 알고 외교 감각도 있어 잘 정리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김은희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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