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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만난 공정위원장]"기업 압박이 능사 아니다" 재벌개혁 속도조절 나선 김상조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0 17:17

수정 2018.05.10 21:44

재벌개혁 3~5년 걸쳐 추진 "현행법에 과도하게 규정된 형벌조항부터 정비할 것" 기업들의 자발적 변화 주문
삼성 지배구조 개선은 압박 "정부가 선택 강요할 수 없어..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몫"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앞줄 왼쪽),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앞줄 왼쪽),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10대그룹 만난 공정위원장]"기업 압박이 능사 아니다" 재벌개혁 속도조절 나선 김상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재벌개혁은) 딱딱한 법률 개정을 통해 변화를 압박하고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재계와 공개적 만남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재벌개혁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3년 내지 5년 시계하에 추진하겠다는 언급도 내놨다. 재벌개혁 속도조절론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시간을 가지고 각 그룹에서 자발적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변화의 길이라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과 대기업그룹 간 간담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6월은 4대 그룹, 11월엔 5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각각 만났다.

세 번째 만남의 공식 주제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등 두 가지다. 하지만 참여와 관심 등이 김 위원장 발언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기업그룹의 자발적 개혁에 대한 분발을 촉구하는 자리로 분석된다.

이날 참석자는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SK 김준 위원장, LG 하현회 부회장, 롯데 황각규 부회장, GS 정택근 부회장, 한화 금춘수 부회장,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회장, 신세계 권혁구 사장, 두산 이상훈 사장, 대한상의 김준동 상근부회장 등이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10대 그룹 간담회는 두 가지 공감대 형성을 확인했다. 재벌개혁이 대기업의 생산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듭나고 발전하기 위한 것이며 변화의 기준이 10년 후 한국 경제라는 점이다.

그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 틀을 하나로 고정한다면 각 그룹의 특수사정이 반영되지 못하며 의도하지 않았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영인들의 우려에 공감했다"면서 "현재의 기준이 아니라 미래의 기준으로 선제적으로 변화 노력을 해야 하며 이런 점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자발적인 변화의 진정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놓고는 기업의 대외 경쟁력 제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왔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재벌개혁을 위한 법률적 수단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현행법에 과도하게 규정돼 있는 형벌 조항을 정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압박기조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정부가 선택을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말을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전달했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늦을수록 삼성과 한국 경제 전체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고,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선 "법률 제약이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한 한 주력 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정에 걸릴 가능성이 커 오늘 문제 제기 전에 이미 공정위도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재벌개혁은) 내 임기 3년과 현 정부 임기 5년 동안 일관되게 가는 것만이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재계와 만남을 자주 갖지 않겠다고 했다. 그 대신 정부 출범 2년께 만남을 약속했다. 아울러 재계에서 정부의 기업정책이나 혁신성장과 관련해 대화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응하겠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주요 이슈별로 공정위와 대기업간 비공개 회동을 추진키로 했다. 시작은 공정위가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취임 일년을 맞고, 대기업과도 세 번째 만나면서 지난해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안다"며 "참석한 기업 대표들도 지배구조 개선 점검이라는 사실상 '숙제검사'에 긴장했지만 김 위원장이 그룹들의 사정을 수용하고 더디더라도 지속적인 개선 노력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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