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유커의 귀환’에 대비하는 관광업계의 자세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8 17:01

수정 2018.05.18 17:09

[여의도에서] ‘유커의 귀환’에 대비하는 관광업계의 자세

최근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어오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관광업계가 유커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양적 성장에만 치우쳤던 국내관광의 체질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부작용만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관광이 '저가'라는 오명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여행업계의 자성뿐 아니라 관광당국의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한한령(限韓令)이 본격화되면서 바짝 움츠렸던 국내 관광업계는 최근 중국인 단체 골프관광객 120여명이 제주를 찾는 등 한·중 관계 정상화 소식이 이어지면서 유커맞이에 분주하다. 국내 여행사들도 중국 현지 분위기를 주시하며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조만간 중국 측의 공식적인 통보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현지 관계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한·중 관계 회복으로 유커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저가관광에 대한 개선책이 없다면 국내 관광은 '싸구려 관광'이라는 오명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여행업계는 모객을 해야된다는 명목으로 중국 현지 여행사로부터 여행경비(투어피)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오히려 인두세(人頭稅)를 지불한 이후 쇼핑 수수료 등으로 손해를 메우는 등 기형적 구조로 운영돼왔다. 이는 결국 질 낮은 국내관광 서비스와 무자격 가이드 고용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관광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제기됐다. 유커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과도한 저가관광에 대해 관련 법규로 규제하거나 적어도 업무지침을 만들어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 관광업계는 유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광시장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저가관광이 주를 이루는 단체관광보다는 개별관광객(FIT)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 지금까지 국내관광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속에서 어떻게든 유커뿐 아니라 다른 나라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식 저가관광을 유지해왔다. 결국 마이너스 여행경비와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과도한 옵션 강매가 이어지면서 국내관광의 질은 추락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리하게 단가를 낮추기 위해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는 등 저가관광을 부추기는 국내업체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수단을 마련하고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본격적으로 유커가 돌아오면 지난 1년여 동안 사드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은 국내 업체들은 예전보다 한층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업계의 자정 노력이 매번 실패했던 전례를 고려한다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더욱 간절해진다.

아울러 고품격 관광상품 개발 등과 함께 국내관광의 인식 변화를 통한 질적 성장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도 국내 관광산업이 매력을 갖기 위해선 국내관광이 질 높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의 마음 속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출발이 저가관광이라는 선입견의 탈피다.
인두세, 무등록 여행업, 무자격 가이드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마련과 규제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