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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초과분 산입 근거없고 상여금 쪼개기도 합법화"

노동계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
상여금없이 식대·교통비받는 최저임금 月157만원 노동자
내년 최저임금 올라도 복리후생비 초과분 빼면 임금 인상 혜택 못받아
근로자 의견 청취만 하면 상여금 매월 지급 변경도..근로기준법 원칙 훼손
"25%-7% 초과분 산입 근거없고 상여금 쪼개기도 합법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산입범위 확대를 반대해온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이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폐기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가 제시한 '상여금의 25% 초과, 복리후생 수당의 7%' 기준의 근거가 불분명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회가 기업이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을 의견청취로만 가능하게 한 특례조항으로 국회, 정부, 경영과의 전방위 충돌이 우려된다.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 효과 줄어…2024년 100% 산입 타격"

국회 개정안에 따르면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임금은 해당 연도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 초과분에 대해 산입범위에 포함하기로 했다.

올해 월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157만원(시급 7530원×209시간)을 기준으로 매월 상여금이 39만3000여원(25%)를 넘으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다. 복리후당 수당도 월 11만원(7%)을 넘어서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연 2500만원 안팎의 저임금 노동자는 산입범위 확대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은 오는 2024년 100% 산입을 목표로 해마다 기준치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상승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어떤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현장에서 노사가 다툴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기업마다 수당 체계가 다른 만큼 25%와 7%에 대한 효과 분석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국회 환노위가 상여금 25% 기준을 제시한 것은 연소득 2400만원 이하의 노동자를 최저임금 혜택을 받는 노동자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급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157만원에 상여금 없이 식대 11만원, 교통비 10만원 등 월 178만원, 연 2136만원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월 10만원가량 올라도 복리후생비 중 7% 초과분인 10만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 또한 복리후생비의 경우 현금 이외 현물로 지급되는 식대, 숙박비, 교통비 등이 최저임금에 들어가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회는 고임금 노동자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키는 내용"이라며 "환노위 주장대로 상여금 중 25% 이상 되는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경우 상여금을 주로 받는 대기업은 앞으로 몇 년간 최저임금이 올라도 기본급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그 이익은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상여금 쪼개기' 근로자 동의 없이 가능 파장 키워

국회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인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예외를 두기로 한 점도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국회가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만 산입범위에 포함할 경우 격월이나 분기별로 상여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확대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을 반영해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근로기준법의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이란 사업주가 상여금 지급시기 등이 명시된 사업규칙을 근로자 과반 수의 동의가 있어야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업주가 분기별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바뀌려면 노조 동의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동의'에서 '의견청취'로만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함에 따라 사업주의 상여금 지급 시기 변경이 수월해졌다.
격월이나 분기별로 주던 사업주가 상여금을 매달 분할 지급하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 산입범위에 포함돼 향후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길이 생겼다.

민주노총은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 내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아니라, 단순히 '의견'만 듣도록 하는 등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상위법으로 여겨지는 근로기준법 원칙을 훼손했다"며 "사용자가 일반적으로 언제든지 '상여금 쪼개기'가 가능하도록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절차적·실체적 측면에서 모두 정당성을 결여한 최악의 개악'이라며 항후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강력투쟁을 예고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