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유럽·신흥국 경기 꺾이자… 집 나간 美투자자 본국행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9 17:21

수정 2018.05.29 17:21

유럽 정정불안·재정부실에 신흥시장 자본이탈 치명상
美, 실업률 17년만에 최저.. 리쇼어링 장려 정책 효과
3년새 유턴기업 3배 껑충.. 트럼프 親기업정책도 한몫
/자료=팩트셋·월스트리트저널
/자료=팩트셋·월스트리트저널

그동안 해외 진출을 서두르던 미국 투자자와 기업들이 최근 유럽과 신흥시장의 성장 부진으로 인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투자자 및 기업가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해외 시장 보다 적어도 확실한 성과를 내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예상되는 고향이 그나마 낫다는 분위기다.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조나단 골럽 미 주식 전략가는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투자자들이 과거에 미국과 그외 세계 투자 시장을 비교했던 방식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미국 시장이 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제자리 걷는 세계, 꾸준히 뛰는 미국

WSJ는 투자자들이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에 들어가자 미국이 아닌 해외 시장에 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에 의하면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다국적 주식펀드와 미국 주식 펀드(뮤츄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약 2대 1의 비율로 투자해 왔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4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미 투자회사협회(ICI)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미국에서 다국적 주식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80억달러(약 8조6144억원)로 2016년 12월 이래 가장 적었다. 아울러 미 투자자들이 이달 초반 3주간 다국적 펀드에 투입한 자금은 36억달러였으나 미 펀드에 넣은 돈은 44억달러였다.

추세 변화의 원인은 실적이었다. 세계 최대 ETF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는 이달 들어 2.9% 성장했다.

반면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증시를 추종하는 아이셰어 MSCI 유로존 ETF와 신흥시장 증시를 따라가는 아이셰어 MSCI 핵심 신흥시장 ETF는 각각 2%, 1.1%씩 후퇴했다. 현재 유럽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정부의 출현과 재정 부실로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며 유로존의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를 기록, 지난 3개 분기 평균(0.7%)을 크게 밑돌았다. 신흥시장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규모 자본유출이 예상된다.

반면 미국 경제는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지난해 말에 통과된 대대적인 감세정책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WSJ는 이달 보도에서 미 기업들의 올해 1·4분기 평균 이익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지난 4월 실업률은 3.9%로 17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美 기업도 귀향, 트럼프 정책에 기대

이러한 움직임은 자본뿐만이 아니라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 정부 산하 비영리 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미국 내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57만6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미국을 빠져나갔지만 지난해 17만1000개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는 2016년에 돌아온 일자리(6만7000개)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미국에서는 앞서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터 리쇼어링(해외 기업의 본국 회귀) 장려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4년 리쇼어링 기업의 이전 비용 20%를 정부가 지원하고 법인세율을 깎으면서 리쇼어링을 유도했다. 그 결과 100여개 기업들이 미국에 돌아오면서 미 17개주에서 180억달러의 신규 투자가 창출됐다. 2016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더욱 강화해 대규모 관세 위협과 세제 혜택을 동시에 내미는 '당근과 채찍' 정책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낮추는 한편 미 기업이 해외 현금을 미국으로 이전할 때 부담하는 세금을 크게 깎았다. 미 에이콘 제조사 캐리어는 이미 2016년에 미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려던 계획을 철회했으며 다국적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지난 1월 10억달러를 투자해 멕시코의 자동차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같은달 애플은 해외에 보관 중이던 현금을 고국으로 이전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380억달러의 세금을 내고 향후 5년간 미국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이외에도 미 달러 강세가 자본과 기업의 리쇼어링을 부추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경기 호조에 따른 미 정부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올 한해 2.53% 상승했다. 신문은 달러가치가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유럽 및 신흥시장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현지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이 같은 달러 강세는 미국의 수출기업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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