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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 기자의 핀치히터] 넥센 안우진을 어찌할꼬?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7:26

수정 2018.05.30 17:26

제2의 박찬호’라는 평가.. 156㎞ 직구 가진 유망주
후배 폭행 사실 드러나며.. 협회, 3년간 자격정지에 구단, 50경기 출전 정지
지난 25일 홈경기 복귀 팬들 향해 고개 숙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주홍글씨 이제 떼어줄 방법을 찾아야
넥센 히어로즈의 2018시즌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이 지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투구 전 관중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넥센 히어로즈의 2018시즌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이 지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투구 전 관중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에게 박찬호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기자는 모 스포츠지에서 1993년 1월 10일자로 박찬호에 대한 기사를 썼다. '박찬호 156㎞' 당시 1면 제목이었다. 상대 신문들과의 판매 경쟁이 엄혹하던 시절. 1면에 대학선수 기사를 올리기는 모험이었다.


그만큼 박찬호는 충격적이었다. 시속 140㎞만 던져도 빠른 공에 속하던 무렵. 메이저리그 투수를 능가하는 스피드는 경이로웠다. 신문의 판매량과 상관없이 박찬호가 1면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로부터 1년 뒤. 상대 신문의 1면에 '박찬호 다저스와 계약' 기사가 실렸다. 설마 했다. 지금과 달리 병역의무를 치르지 못한 남자 선수가 해외에 진출하기란 불가능했다. 최동원도, 선동열도 같은 이유로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했다.

일본의 '스포니치' 기자들은 '스포츠 기자가 울던 날'이라는 공동 저서에서 낙종의 아픔을 "골프공에 눈을 직격당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통렬한 아픔이었다. 박찬호는 그렇게 기자에게 아픈 손가락이 됐다.

1999년생 야구선수들은 소위 '베이징 키즈'로 불린다. 한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다. 양창섭(삼성), 곽빈(두산), 강백호(kt), 박주홍(한화) 등 뛰어난 투수 자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백호는 타자에 전념하고 있지만 고교 시절엔 정상급 투수였다.

안우진(19.넥센)은 그들 가운데 하나다. 체격 조건(191㎝, 90㎏)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최고 156㎞에 이르는 직구가 눈에 띄었다. 고교 때 이미 156㎞라. '베이징 키즈' 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공이었다. 지난해 봉황대기서 안우진은 자주 150㎞를 웃도는 스피드를 선보였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었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오타니 쇼헤이(당시 하나마키히가시 고교)와 견주어도 손색없었다.

안우진은 넥센에 1차 지명됐고, 구단 사상 최고액인 6억원의 계약금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야구부 후배 폭행 사실이 드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넥센은 별도로 그에게 50경기 출전 정지 자체 처분을 내렸다.

안우진이 시즌 초반 등판하지 못한 이유다. 안우진은 지난 23일에야 넥센의 1군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틀 후인 25일 롯데와의 홈경기에 첫 출전했다. 1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 최고 시속 153㎞의 직구를 던졌다. 27일 역시 롯데전서는 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번엔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고, 출전정지(퓨처스 리그 포함)로 인해 실전 감각이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구위였다. 그러나 안우진에게 박힌 미운 털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넥센 구단에서 터져 나오는 온갖 불미스런 사건들과 버무려져 그의 발목을 더욱 옥죄고 있다.

안우진은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벌을 받았다.
앞으로도 영영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 이보다 더 큰 벌이 있겠나. 비록 가슴에 태극마크는 달 수 없지만 주홍글씨만은 떼 주었으면 한다.
그가 제2의 박찬호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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