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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파트', '반값 아파트'..정책이 만든 부작용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1:30

수정 2018.06.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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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만든 '로또 아파트'...묻지마 투자 부추기는 분양가 상한제
"내일 결전의 날입니다. '미사역 파라곤' 주위 사람들에게 다 말했어요. 좋은 건 나눠야죠."
가입자수가 50만명이 넘는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5월 31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는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글이 넘쳐났다. '통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넣어야 한다', '50%를 추첨제로 뽑으니 가점이 없어도 도전할 만 한다', '당첨만 되면 최소 3억원은 버는 것'과 같은 주장은 이 같은 열기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3.3㎡당 많게는 500만원까지 차이 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또 하나의 '로또 아파트'로 불린 이 단지의 특별공급은 평균 13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최고경쟁률은 56대 1까지 나왔다.

동양건설산업이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공급하는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 조감도.
동양건설산업이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공급하는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 조감도.
■1순위 청약결과 평균 경쟁률 104대 1
5월 3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하남 미사강변도시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 특별공급 결과 116가구 모집에 총 1521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쟁률은 평균 13.1대 1이다. 업계에서는 중대형 아파트 특별공급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경쟁률이라고 보고 있다.

이어 진행된 1순위 청약 접수에서는 평균 104.91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 1순위 마감됐다. 총 809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청약통장이 8만4875개가 몰린 것이다.

미사역 파라곤은 평균 분양가가 3.3㎡당 1430만원 선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하남시 망월동 3.3㎡ 당 매매 시세는 KB부동산 시세 기준 1980만원 선이다. 주변 시세가 3.3㎡당 1800만원에서 2100만원까지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3억~4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가능해 로또를 넘어선 '반값 아파트'로 불렸다.

미사역 파라곤을 시세보다 훨씬 싼 '반값 아파트'로 만든 것은 역설적이게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분양가 상한제'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 시 땅값과 건축비 등을 고려해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책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공공택지이기 때문에 주택법에 의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민간택지의 경우 HUG가 분양승인을 위해 분양가를 심사할 때 인근 기준을 적용할 때는 해당 사업지 반경 1㎞ 내를 기준으로 한다. 이 반경 내에서 분양을 진행중인 가구수나 브랜드 인지도 등이 유사한 비교 사업장이 있을 경우, 비교 사업장의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를 상한선으로 잡는다.

HUG 관계자는 "분양가를 책정하는 기준이 다양하고 사업지 조건에 가장 적합한 기준을 찾다 보니 시세보다 낮게 나올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시세의 110%를 기준으로 한다면 분양가 상승을 막고 시장안정화를 꾀한다는 분양가 상한제 애초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개괸한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주말 사흘 동안 총 6만5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5일 개괸한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주말 사흘 동안 총 6만5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미사역 파라곤에 대한 청약이 높은 관심을 끌면서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된 5월 31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이와 관련된 검색어들이 순위권에 머물렀다.
미사역 파라곤에 대한 청약이 높은 관심을 끌면서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된 5월 31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이와 관련된 검색어들이 순위권에 머물렀다.
■정책이 만든 로또... 사후 철저 관리 필요
결국 시장 안정화를 위해 만든 규제책이 '로또 아파트'를 만들면서 투기를 조장하는 부작용도 불러온 셈이다. 실제 이날 1순위 청약 접수가 시작되면서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홈페이지에는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세 보다 싼 분양가를 지적하기 보단 불법 분양권 전매나 세금 탈루 등 사후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소비가 입장에서는 싸게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니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에서는 음성 불법 전매로 악용되지 않도록 행정적 관리를 확실히 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은 만큼 투기적 과수요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4일부터 하남 지역 신규분양 단지에 대한 불법 청약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자체 합동으로 이뤄지는 부동산특별사법경찰을 통해 불법·편법 청약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한다.
전매자(매수 후 매도자 포함) 및 알선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는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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