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정대균 기자가 만난 사람] 수백억 쏟아부은 골프아카데미.. ‘돈 보다 사명감’으로 후진양성에 매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7:34

수정 2018.05.31 17:34

골프 활성화 메카 ‘강욱순골프아카데미’ 경영하는 강욱순 프로
주말골퍼 연습은 물론이고 엘리트 체육 아카데미도 활성화
초등생 무료 체험교실 등 인기.. 골프 썸머캠프 외국서도 노크
총타석 120석 종합 스포츠 센터.. 회원수 급증에 2000명 넘어서
수익 안나지만 보람만은 가득.. 한국 골프산업 발전 위한 책임감
아카데미에서 주니어 꿈나무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강욱순(왼쪽).
아카데미에서 주니어 꿈나무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강욱순(왼쪽).

파3홀 코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욱순.
파3홀 코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욱순.

3강욱순골프아카데미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2018 안산 골프체험교실. 이 프로그램에는 안산시 관내 초.중학교 20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3강욱순골프아카데미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2018 안산 골프체험교실. 이 프로그램에는 안산시 관내 초.중학교 20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 안산(경기도)=정대균 골프전문기자】 "비즈니스보다는 '골프 활성화'라는 사명감으로 시작했다."

'경기인 출신으로 쉽지 않을텐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걷느냐'는 우문에 대한 강욱순 프로(52)의 현답이다. 강욱순은 10여년의 기나긴 준비 끝에 경기도 안산시에 강욱순골프아카데미를 지난해 3월 오픈했다. 안산시로부터 부지를 15년간 임대해 토지 매입비는 없었지만 투자비가 수백억원이 들어간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이곳은 말이 골프아카데미이지 '종합 스포츠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타석 120석, 파3 9홀 골프장, 어프로치 연습장, 퍼팅 연습장, 벙커 연습장 등 골프 관련 시설 외에 수영장, 휘트니스 센터, 그리고 풋살·족구장 등 기타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어서다. 그러니 당연히 그를 아끼는 지인들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잘 되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그 반대일 경우, 골프 코스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한푼 두푼 모았던 재산은 말할 것도 없고 명예마저 잃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역시 우려했던대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최고의 시설과 콘텐츠로 회원수는 작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다. 현재 회원수는 2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문제는 연회비였다. 주변 2개의 골프연습장에서 연회비를 대폭 내린 게 화근이었다. 하는 수 없이 220만원이었던 연회비를 130만원으로 낮췄다. 당연히 손익분기점이 균형을 이루기까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 연회원이 현재보다 1000명만 더 늘어나면 적자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욱순은 프로 통산 국내 12승, 해외 6승 등 총 18승을 거뒀다. '레전드'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다. 게다가 현역 시절 깨끗한 매너와 에티켓, 그리고 철학적 행동으로 '필드의 신사', '필드의 철학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당시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금도 아카데미를 찾아와 한 수 지도를 청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기꺼이 전수해준다. 대표적인 선수가 장하나(26.비씨카드)다. 장하나는 강욱순으로부터 약 3개월가량 받은 특훈 덕에 올 시즌 KLPGA투어서 2승을 거두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골프아카데미도 일종의 비즈니스다. 코스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로서 쉽지 않은 분야일텐데.

▲'돈보다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만약 애초부터 사업적으로 접근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미래 골프산업의 발전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에 아직은 즐겁게 하고 있다. 훌륭한 선수와 골프 마니아를 많이 육성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작년 개장 때 연회비가 220만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여 뒤인 작년 8월에 연회비가 90만원이 인하됐다. 연습장, 휘트니스, 사우나 무료 이용권 등 회원들에게 부여된 특전은 종전 그대로였다. 그러니 어려움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연회비를 인하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근에 시설이 꽤 괜찮은 2개의 골프 연습장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연회비를 대폭 내린 것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원래 가격을 그대로 고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연습장마저 기습적으로 가격을 내리면서 할 수 없이 인하를 단행했다.

―총타석이 국내 골프 연습장의 최고 수준인 120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들어오면서 보았듯이 이곳은 '강욱순골프아카데미'다. '아카데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주말골퍼들의 연습 공간으로 이용되는 비중이 물론 가장 크지만, 한국 골프를 이끌고 갈 미래의 주역들을 발굴, 육성하는 일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20타석을 아카데미 연습 공간으로 배정했다. 현재 들어온 아카데미 수는 총 9개다. 물론 내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도 그 중 하나다.

―엘리트 체육이 이른바 '공부와 병행하는 체육'으로 학사 관리가 강화되면서 주니어 골퍼 수가 감소 추세다. 골프계와 골프인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강욱순골프아카데미에 이와 관련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

▲1년여간 공들여 유치한 '2018 안산 골프체험교실'이다. 오는 12월까지 8개월간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안산시 관내 초·중학교 20개 팀(팀당 30명, 연간 총 600명) 학생이 골프와 골프 피트니스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일체의 교육 체험비가 무상이다. 우리 아카데미가 교육 장소로 선정된 것은 대규모 강의실, 분석실, 실내교육장, 피트니스 공간, 실외 교육공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체험교실 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없는가.

▲우리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대신 한국프로골프협회, 더퍼스티코리아, 스내그골프협회 등 골프단체들의 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체육진로협회 체육중점학교 학교장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는 유치원생부터 프로선수에 이르기까지 약 50명의 선수가 맹훈련을 하고 있다. 이달에는 우리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경기도 협회장배 골프대회에서 남자 초등부 1위, 여자 초등부 2위의 성적을 거뒀다.

―올 여름에 특별한 캠프를 오픈한다고 들었다.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간 열리는 '2018 골프 썸머 캠프'다. 이는 전국 초.중.고교생 및 프로골퍼, 그리고 열정적인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골프 실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엘리트 집중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동포 초등학생이 참가 신청을 완료했을 정도로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내용은 스트레칭, 강욱순 프로 특강, 스윙 연습, 쇼트 게임, 파3 레슨, 코스 라운드, 피지컬 트레이닝 등이다. 숙식이 포함된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올 겨울에는 뉴질랜드에서 '2018 골프 윈터 캠프'를 개최해 주니어들에게 골프와 영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려 한다.

―파3홀 골프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파3홀은 몇 가지 특장점이 있다. 우선 전 홀에 조명시설을 갖추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더욱 인기다. 여름에는 마지막 팀이 오후 8시30분에 출발한다. 또 하나는 파3홀에서 볼 수 없는 빼어난 레이아웃과 코스 관리다. 레이아웃은 해저드와 벙커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난도가 높다. 그런 만큼 연습장으로 적격이다. 그린피도 야간 라운드는 평일 1만5000~2만원, 주말 2만~2만5000원이다. 주간은 오전 1만5000원, 오후 2만원(이상 9홀 기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효과적인 연습을 위한 팁이 있다면.

▲많은 주말 골퍼들이 연습장에 가지 않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지 않으면 한쪽으로 몸이 치우처져 부상 염려가 크다. 따라서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연습할 때 가급적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반대 근육을 쓰도록 해야 한다. 반대근육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를 때는 축을 생각하면 된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쪽 발을 축으로 스윙하면 일상생활 근육으로 볼을 치는 것이다.
.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몸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 시니어투어에 꾸준히 출전할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골프 중·고등학교와 골프연구소를 꼭 설립하고 싶다.
그것을 통해 골프 대중화와 세계적인 선수를 육성하는 게 꿈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