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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 소액주주 보호 계기로 삼아야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1 17:36

수정 2018.06.01 17:36

강재웅 증권부 차장
강재웅 증권부 차장

행동주의 펀드가 대한민국 기업을 사냥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삼성전자 액면분할 요구를 관철시킨 데 이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까지 무산시키는 등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에 있는 많은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경영 간섭을 받고 있다.

최근 JP모건이 발간한 '아시아의 주주행동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행동주의펀드 활동 건수는 2011년 351건에서 2017년 662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같은 기간 아시아 지역의 행동주의 펀드 경영 간섭 사례는 10건에서 106건으로 급증했다. 아시아에서 발생한 공격 사례 총 376건 중 한국 기업은 24건이다.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는 삼성과 현대차 뿐 아니라 더 많은 기업이 간섭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투기 자본 성격이 강해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은 투기자본에 우리 기업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식으로 주주들에게 애국심 마케팅으로 맞서고 있다. 과연 이것으로 충분할까.

투기자본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을 요구하며 '치고 빠지는 식'의 전략으로 이익을 극대화한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과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단기 성과에 주력하는 만큼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은 기업 입장에선 백해무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소액주주들은 기업보다는 행동주의 펀드에 마음을 빼앗기는 이유는 왜일까.

그간 소액주주들은 소외받으면서 기업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주 이익보다는 사익 추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불신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대상이 대부분 순환출자와 족벌경영, 여기에 취약한 지분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아시아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에 먹잇감이 되는 이유도 유럽과 미국 기업보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서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줄기차게 외쳐온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환원을 요구하며 주주들에게 동조를 얻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 처럼 '오너' 중심의 체계가 나을 수도 있고 미국과 같이 CEO(전문경영인)가 나을 수도 있다. 문제는 경영성과와 주주가치 제고다.

투자자들은 경영성과를 통해 주식가치가 올라가고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쪽에 동조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기업이 잘해주면 굳이 노동조합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행동주의 펀드인 투기자본이 우리기업에 간섭받지 않으려면 기업은 소액주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다시 말해 사익보다 주주이익을 우선시할 때 행동동주의 펀드는 우리나라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도 주주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k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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