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지역명사를 활용한 스위스 도시 관광지 스토리텔링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9 08:00

수정 2018.06.09 08:00

엘렉 본 그라펜리드 베른시장
엘렉 본 그라펜리드 베른시장

스위스정부관광청은 올해 ‘다시, 자연의 품으로’라는 테마에 맞게 스위스 자연의 품에서 특별한 체험을 하며 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체험거리 700가지 이상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모든 체험을 가능하게 해 주는 지역 토박이들의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우리나라 관광업계에서도 관광지나 특산품, 향토 음식을 소개하는 데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관광 상품의 차별화 및 가치 발견을 위해 스토리를 가미함으로써 상품 자체 보다도, 감동이 있는 개인적인 연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스토리텔링은 관광지의 자원, 지역주민, 관광객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가치체험으로 생태관광이나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감성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관광 마케팅 기법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인적 자원(휴먼웨어)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고자 하는 노력이 특히 돋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의 역사와 삶을 함께한 명사를 고품격 이야기꾼으로 발굴 및 육성해 명사의 생생한 ‘인상담’과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해 지역의 여행상품을 고급화 하기 위한 ‘지역명사 문화여행 프로그램’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스위스에서는 대표 도시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만한 특색있는 명사들을 발굴해 관광객들이 도시에서의 휴가를 신선한 각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달에 이어 몇가지 예를 추가로 소개한다.

■베른 시장과 함께 즐기는 아레강 수영

물 속에 들어가면 누구나 똑같다. 대부분의 베른 주민들은 여름이면 노동자부터 교수까지 수영을 하러 아레 강을 찾는다. 심지어 이 곳에서는 수영복 차림의 유명 정치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베른 시장인 엘렉 본 그라펜리드처럼 말이다. 여름이면 아레 강 주위에서 물장구를 치는 베른 시장을 주기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베른 주민들은 아레 강과 현재 진행형 사랑 예찬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렇게 맑고 신선한 강물이 유구한 과거가 깃든 그림같은 구시가지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도시는 찾아볼 수는 없다. 게다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는 드물다.

도심지 수영은 베른 문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다. 거의 대부분이 여름이면 강물에 시원하게 몸을 담근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아레 강”을 찾는 것은 아니다. 로컬들은 한 곳에서 시작해 다음 구간으로 향하는 동안 어디에서 점프를 하고, 둥실대고 떠내려 가고, 어디에서 물 밖으로 나올 것인지 저마다 제일 좋아하는 스팟이 있다. 만약 자갈로 된 강가가 있는 아이흐홀츠(Eichholz) 캠핑장에서 입수하는 것이 너무 밋밋하다면, 숨을 깊이 들이 마신 뒤, 시원한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할 수도 있다. 로컬들에게 인기 있는 스팟은 댈횔츨리(Dälhölzli) 동물원에서 가까운 쉐나우슈테그(Schönausteg)다. 베른 전 인구가 아레 강으로 모여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만한 스위스 정치인 옆에서 물장구를 치는 것이 로컬들에게는 이례적인 경험은 아니다.

베른의 스위스의 수도이다. “아레 강에서의 수영은 저에게는 순수한 휴식이죠.” 베른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알렉 본 그라펜리드 베른 시장은 아레 강과 강둑에서 자주 발견된다. “할 수 있을 때면, 미팅 사이에 자전거를 타고 아레 강으로 가서 잠깐이라도 몸을 담그죠. 하루에 몇 번이라도 가고 싶죠.”

베른 주민인 소피와 마누엘 역시 여름이면 아레 강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베른 주민으로서 좋은 점은 너무 분명하다고 마누엘은 말한다. “베른은 작지만 컴팩트한 곳이에요. 모든 것이 가깝고 아레 강은 도심을 관통하죠.” 하지만 이 커플은 아레강의 마법이 물 속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아레 강을 보고 싶다면, 베른의 로맨틱한 장미 정원, 로젠가르텐에서 도심 위로 내려 앉는 노을을 보며 식전 주 한 잔을 즐겨 보라고 권한다. 여기에서는 아레 강이 구시가지를 따라 굽이치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스위스의 강과 호수는 빙하가 녹은 물이기 때문에, 수영을 할 때는 반드시 충분한 준비 운동을 하고 갑자기 물에 뛰어 들면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프란치스카의 루체른

루체른은 완벽한 스위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디자이너인 프란치스카 브륀들러는 루체른이 다른 곳은 갖고 있지 않은 그 무엇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로이스강에 어여쁘게 자리한 보도니 스튜디오 커뮤니티의 널찍한 사무실들은 6월이 되면 다채로운 행사로 분주해 진다. 프란치스카는 2015년 중반께 이 곳에 그녀의 창작 공간을 마련했다. 바깥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름이면 프란치스카와 그녀의 팀원들은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2009년 그가 설립하고 그 때부터 주관해온 루체른의 유명한 디자인 행사, 디자인쉔켄 때문이다. 매년 12월 초, 백여개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이 행사에서 그들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프란치스카는 지난 10년간 그녀의 피데아 디자인 브랜드를 통해 유머러스하고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제품이 젊은 스위스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것이고, 스위스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2008년 모노룩스 캔들홀더로 시작되었고, 홈 액세서리, 선물용품, 서적, 엽서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아이템’을 아우르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모두 프란치스카가 어린 시절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것들이다.

“저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죠. 그것이 바로 제가 도시로 돌아와서도 창의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랍니다.”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루체른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녀의 집과 가족 모두 루체른에 있다. “이 아름답고 때로는 키치한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무척 운 좋다 느껴집니다.” 루체른 호수와 필라투스산부터 구시가지까지 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같은 장소들은 그녀의 일상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

세계적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루체른 호반에 자리한 이 도시는 그 은밀한 매력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 “다른 대도시들과는 달리 루체른은 작고 아름답죠. 누가 누군지 모두 알거든요. 이건 제가 기업가로서 더 많은 것들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이 특성은 프란치스카의 또 다른 열정에도 반영이 된다. 예리한 호스트로써 그녀는 ‘환대’라는 주제에 대한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200년이 넘는 관광 역사를 가진 스위스 환대의 탄생지로 여겨지는 스위스 중앙에 자리한 이 지역의 오랜 전통을 지켜 나가고 있다.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벗어나도 루체른에는 프란치스카에게 풍요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숨겨진 보석이 많이 있다. 한 예가 바로 브루흐 지구로, 루체른에서 가장 트렌디한 동네이자, 프란치스카의 아틀리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루체른의 시립미술관인 쿤스트무제움에 자리한 카페는 맛깔난 디저트뿐 아니라 로컬 디자이너의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스타 건축가 장 누벨이 만든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 콩그레스 센터인 카카엘(KKL)도 로컬들에게는 여전히 비밀스런 장소다.

여름이면 프란치스카에게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루체른 호수 야외 수영장만한 곳은 없다. 밖에서 보면 건물은 허름한 나무 판자집같아 보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본 사람들은 안다. 아름다운 벨 에포끄 양식의 공공 수영장의 매력을 말이다.

■바젤이 보여주는 잘 사는 법

바젤의 바이엘러 재단 관장, 샘 켈러는 바젤 출신이다. 잦은 출장으로 전 세계를 다녀본 그이지만, 라인 강변에 자리한 이 도시는 그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한 도시다. “예술과, 건축, 자연이 이렇게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도시는 세상에서 몇 안되죠. 그 어떤 것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사람들도 국제적입니다.”

바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면 샘 켈러는 라인 강에서 바젤 특유의 방식으로 도시를 즐긴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본 방식인데, 바로 노을이 내려 앉는 라인 강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다. 이 시간 없이는 샘 켈러도 존재하지 않는다 말해도 좋을 정도다.

강에서 바라본 바젤 구시가지의 독특한 전망은 매번 특별한 경험으로 그의 가슴에 새겨진다. 바이엘러 재단이 스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이 된 데는 그의 노고가 큰 몫을 했다. 올 여름 특별 전시는 예술가 친구들에게 헌정하는 전시로 베이컨과 쟈코메띠는 타이틀로 기획되었다. 그들의 시각적인 작업들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을 놀라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젤은 도심에서 강물로 바로 뛰어들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로컬들과 관광객들은 소지품을 빅켈피쉬 방수 가방에 챙겨 넣고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둥실둥실 떠내려 간다. 사실 켈러가 더 애정하는 것은 라인강보다는 바젤이다. 문화계에서 바젤은 이 곳의 환상적인 박물관들과 프리츠커 수상에 빛나는 유명한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들로 인해 국제적인 위상을 가진지 오래고, 스위스, 프랑스, 독일 3국이 맞닿은 특별한 국경지대에 자리해 있다.

바젤만의 방식으로 도시를 둘러보아도 좋다. 켈러는 라인 택시를 즐겨 탄다. 항구에서 가인강을 따라 올라가 팅글리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그만의 루트 중 하나다. 라인 강둑 아래 자리한 작은 강변은 로컬들이 라인강 수영을 위해 입수하는 인기 많은 장소다. 날씨 화창한 날이면 이 스팟은 크리스탈같이 맑은 물로 뛰어드는 사람들로 붐빈다. 저마다 옷가지를 포함한 소지품을 넣은 방수 가방을 가지고 물에 들어간다. 곧 해맑은 얼굴이 물 위로 솟아 오른다. 인상적이면서도 독특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로컬들 사이에서 인기 품목이 된 빅켈피쉬 방수 가방은 30 스위스 프랑으로, 수영할 때 소지품을 넣고, 가방 입구를 특별한 클립으로 돌려 묶으면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는 수영 필수 품목이 된다.


퇴근 후 켈러는 라인강을 찾는다. “라인 강에서 몸을 식히고, 친구들과 함께 강변에 앉아 맥주 한 잔을 즐기죠. 이것이야 말로 바젤에서의 삶의 질을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답니다.
”라고, 도시 끝자락에 자리한 크라인바젤 라인 산책로의 카페에 여유롭게 앉은 켈러는 말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