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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난·분실된 티머니 카드 잔액, 안 돌려줘도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5 10:52

수정 2018.06.05 11:13

법원 "도난·분실된 티머니 카드 잔액, 안 돌려줘도 된다"
도난·분실된 티머니 카드의 잔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허부열 부장판사)는 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한국스마트카드를 상대로 "티머니 카드 잔액을 환불해야 한다"며 제기한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도난·분실된 티머니 카드의 미사용액을 환불해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며 한국스마트카드를 상대로 지난 2015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선불식 충전 카드인 티머니 카드가 분실 시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무기명 카드'인 만큼 '카드 분실·도난 시 잔액과 카드 값은 지급받을 수 없다'는 약관을 두고 잔액을 환급하거나 분실신고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티머니 카드가 적용받는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신용카드 등 접근매체의 분실됐다는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티머니 카드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해서는 환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규정을 뒀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고객이 개인정보와 카드번호를 등록한 티머니 카드는 '기명식' 선불식 충전 카드라는 점을 들어 잔액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분실·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관해 사업자가 면책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면책사유 또한 카드의 명의자를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며 한국스마트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규정은 선불식 충전 카드가 주로 소액으로 거래되는 데다 분실·도난 신고를 받더라도 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겨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실·도난된 티머니 카드에 대해 전액 환급이 보장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카드 잔액의 환급 제한이 전체 고객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원고 측은 해당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해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어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새로운 단말기 추가 없이 밴사와 새로운 계약만 체결해도 큰 비용 없이 분실·도난 시 가액을 반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 단체 소송에서 소비자 측은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입증책임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