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주는 공자의 술로 불린다. 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에서 공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술이다. 2000년 전 공자 집안에서는 발효주인 제사 전용 술이 있었다. 그러다가 8세기쯤 몽골 사람이 발효주를 증류주로 만드는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지금의 공부가주가 탄생했다. 공자 제사상에 올리려고 만든 것이 유명해지면서 널리 퍼졌다. 향과 맛이 깊고 풍부한 명주다. 1984년에는 공자를 기리는 취푸 공자문화축제에서 유일한 공식술로 지정됐다. 2001년 '중국 10대 문화 명주'로 선정됐다.
공부가주 말고 '공보가주(孔寶家酒)'도 있다. 모 주류수입회사가 중국 술회사 '공성주방'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들여와 국내에서만 판매한다. 공부가주나 공보가주 모두 원료는 같은데 제조 과정의 차이로 맛이 좀 다르다고 한다. 술에 과문한 나 같은 사람이 볼 때는 다 같은 공부가주로 알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재판장 구회근)는 최근 공부가주를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는 KFJ코리아가 상표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공보가주 수입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소비자들이 헷갈릴 수 있는 유사상표로 판단했다. 공보가주 수입사는 소비자들이 헷갈려 하지 않는다며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다.
공부가주는 1994년부터 국내 판매가 됐다. 그동안 두어 차례 독점판매회사가 바뀌었다. 2014년부터 KFJ코리아가 독점권을 가졌다. 연간 50만병 이상이 국내에서 팔린다. 공보가주를 주문생산하는 공성주방도 최근 송사에 휘말렸다. 이 술도가는 중국에서 '공부천주' '공부연주' 등의 상표로 판매하고 있는데, 원조 공부가주로부터 상표권소송을 당했다. 공자는 백 병 술을 기울일 정도로 애주가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공자백호(孔子百壺)다. 정작 공자는 공부가주의 맛을 못 보셨다. 지하에서도 한이 되셨을 것 같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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